한국인 산업 디자이너 이창희(27) 씨가 영국 정부기관인 디자인위원회가 뽑은 ‘주목해야 할 차세대 디자이너 70명’에 선정됐다.
영국 디자인위원회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소재와 일상생활 등 6개 디자인 부문에서 이 씨를 비롯한 70명을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로 선정해 4월 2일 발표했다.
이 씨는 건반에서 연주되는 곡을 향기로 변환해주는 장치를 고안해 ‘현실의 재사유’ 부문에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피아노 건반 아래에 튜브 장치를 설치해 건반을 두드리면 공기가 튜브를 통과하면서 장치 아래쪽에 놓인 병에 향수 방울을 떨어뜨리도록 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면 음표마다 서로 다른 향기가 뒤섞이며 연주 공간에 퍼져 소리로만 전해지는 예술 작품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노바’(Nova)는 촉감으로만 느낄 수 있는 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알루미늄과 티타늄으로 만든 일종의 복사 난방 기구인 ‘노바’의 표면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에 의해 계속 반응하면서 팽창하는 열의 자연스러운 패턴을 보여준다. 금속과 열이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금속 표면에 축적된 색깔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청동, 알루미늄, 티타늄, 구리, 강철 등 다양한 재료로 실험을 거듭하면서 열의 개념을 촉감이 아닌 시각으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작품 ‘노바’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한국인으로선 최연소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 씨는 2013년 이탈리아 ‘A 디자인 상’ 공모전 동상, 2014년 미국 국제 디자인상 공모전 은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시각예술가 채프먼 형제의 런던 전시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