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작년 10월, LA시의회는 ‘한글날’을 시의 공식 기념일로 선포했고, 공립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로스엔젤레스 시티 칼리지(LACC)에 세종대왕 동상이 우뚝 섰습니다. 게다가 LA한국교육원 담당 지역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가 82번째로 한국어반 개설 신청을 했는데, 놀랍게도 한국계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였습니다. 통상 한국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에 한인 학부모들의 요구로 한국어반이 생기는데, 이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 설문에서 ‘비한국계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력하게 한국어 개설을 희망했던 것입니다.
놀랍고도 기쁜 일들이 연이어 생기니 교육원도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인근 종합쇼핑몰에서 ‘LA 첫 한글날 기념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모여든 분의 이름을 묻고, 작은 캔버스에 한글로 이름을 정성스레 써 드렸습니다. ‘Micheal’을 ‘마이클’로 말이죠. 캔버스 300개가 금방 동이 났습니다. 이름을 적어드리며, 자연스레 한글날의 의미도 설명하고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게 됐습니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알파벳 K의 위력을 느끼며 괜스레 어깨도 쫙 펴지고 가슴엔 불두덩 같은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그 순간 LA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드리 레비안 학생은 자신의 한글 이름을 들여다보며 ‘이건 글씨가 아니라 예술작품 같아요’라고 외칩니다. 표현이 풍부한 이곳 사람임을 생각하더라도, 공기를 가로질러 감동이 전달됐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교육원 복도에 전시된 석학들의 한글에 대한 찬사가 적힌 패널 앞에 섰습니다. 제임스 맥컬리, 존 만, 제프리 샘슨 등 이름 정도는 기억나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한글 사랑으로 유명한 펄 벅(Pearl Buck)-그는 1960년대에 박진주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이 말했던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칭찬 정도만 기억하고 있던 저는 그 패널 앞에서 한참을 서 있게 됩니다. 요약하면 ‘한글은 가장 독창적, 체계적, 과학적이고, 인류가 꿈꾸는 최고의 아름다운 알파벳’ 정도가 되겠습니다. 순간 그 헌사들은 K팝 아이돌 SNS에 달린 수많은 ‘좋아요’와 ‘칭찬 댓글’처럼 읽혔습니다. 한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적어도 지구의 언어학자들에게는 한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맨 처음의 한류라고 생각합니다.
K팝을 시작으로 2000년대부터 심상치 않았던 한류는 바야흐로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OTT에서 가장 먼저 소비되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하다 보니, 어떤 분들은 걱정도 합니다.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와 언젠가 한류는 꺾일 것이라는 전망까지요. 저는 이 분야의 소비자이지만 전문가는 아닌지라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주장하는(물론 저만의 주장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처음의 한류로부터 현재의 한류를 떠올려보면, 뚜렷한 한 가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파도가 모래톱을 만들듯이요. 그것은 바로 매력적인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들의 뚜렷한 학습열입니다. K팝을 따라 부르고 K드라마에 푹 빠지고, 한국의 음식과 드라마 배경이 되는 도시가 궁금해져 한국 여행을 열망하게 되고 결국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는 것이지요.
10년 전, LA에 한국어반을 개설한 정규학교는 49개였는데 지금은 83개 학교에서 9천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웁니다. 정규학교의 정식과목으로 말이죠. 거의 두 배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게다가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들은 LA에서만 400명에 육박하고 그중 60%는 비한국계 응시자이며, 이 중 상당수는 한국대학 유학을 꿈꾸고 시험을 준비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공존하는 미국에서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한류는 더 커지기도 조금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파도의 오름과 내림 속에서 ‘한글, 한국어’라는 ‘처음의 한류’는 뚜렷한 모래톱처럼 생명력 있는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한민족 반만년 역사의 역동, 섬세하고 은근하고 높은 기상을 품은 문화, 따뜻하고 심지 굳고 사려깊은 사람들의 포말은 흔적을 반드시 남길 것입니다. 언어는 문명의 근간이니 쉽게 사라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는 예상이 됩니다. 처음의 한류였던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자와 매력이 넘치는 한국어는 이제 영원한 한류가 될 것입니다.
강전훈 로스앤젤레스 한국교육원장
The excitement of that time washes over me like a wave. Last October, the Los Angeles City Council declared Hangeul Day an official city holiday, and a statue of King Sejong the Great stood tall at Los Angeles City College (LACC), the first public college to do so. In addition, a high school in the Korean Education Center in Los Angeles (KECLA) service area became the 82nd high school to apply for a Korean language class, surprisingly without a single Korean student.
Typically, Korean language classes are created at the request of Korean parents where there is a strong Korean community, but in this case, “nonKorean parents and students” had strongly expressed a desire for a Korean language class in the curriculum planning survey.
As the Education Center, we couldn’t just clap our hands as one amazing thing after another happened. We organized a commemorative event for LA’s First Hangeul Day at a local shopping mall. The response was overwhelming. We asked for everyone’s name and carefully wrote their names in Korean on small canvases, such as “마이클” for “Michael.” We quickly ran out of 300 canvases.
As we wrote names, we naturally explained the meaning of Hangeul Day and talked about the Korean Wave, including K-pop and K-dramas. Feeling the power of the so-called hottest letter in the world, K, my shoulders squared up and my chest felt like a fireball. At that moment, Audrey Levian, a high school student in Los Angeles, looked at her Korean name and exclaimed, “This is not writing; this is art.” Even considering that it came from a country where expressions are expansive, the emotion traveled across the air to move everyone.
On my way back to the office, I stood in front of a panel in the hallway of the institute that featured tributes to Hangeul by great minds. James McCauley, John Mann, Jeffrey Sampson and others whose names I recognized. I stood in front of the panel for a while, looking at Pearl Buck, who was famous for her love of Hangeul. She also had a Korean name, Jinju Park, in the 1960s. I remembered her phrase that Hangeul is “the simplest and most brilliant script in the world.”
To summarize, it was something along the lines of “Hangeul is the most original, systematic, scientific, and beautiful alphabet that mankind could ever dream of.” In the moment, the tributes read like a bunch of likes and positive comments on a K-pop idol’s social media.
Hangeul has been a Korean Wave for a very long time, at least for linguists on this planet. I like to think of it as the very first Korean Wave.
Starting with K-pop, the Korean Wave has been sweeping the world since the 2000s.
Korean movies and dramas are among the first content consumed on OTT, and this global love affair with Korean culture has lasted longer than expected, which has some people worried: That it’s not as good as it used to be, and that it’s going to fizzle out someday.
I’m a consumer but not an expert in this space, so I don’t want to give an opinion. But I will say this. What I argue (and I hope I’m not alone in this) is that if you look back at the first Korean Wave to the current one, there is one thing that stands out.
Just as waves create sandbars. It is the world’s distinct appetite for learning the charismatic Korean language. People sing along to Kpop, get hooked on K-dramas, get curious about Korean food and the cities where the dramas are set, become eager to travel to Korea and eventually study the language.
Ten years ago, there were 49 regular schools in Los Angeles that offered Korean language classes, and now there are 83 schools with nearly 9,000 students learning Korean. That’s almost double the number of students learning Korean as a regular school subject. In addition, there are nearly 400 people taking the 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TOPIK) in LA alone, 60 percent of whom are non-Koreans, many of whom are preparing for the test with dreams of studying at a Korean university. It’s a “special phenomenon” in the U.S., a country where many different races and languages coexist.
The Korean Wave may get bigger and smaller, but amid the rise and fall of these waves, the first Korean Wave, which is Hangeul, will leave a vital trace like a distinct sandbar. The dynamism of the Korean people’s 5,000-year history, the delicate, subtle and highminded culture, and the warm, deep and thoughtful people will surely leave their mark.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and therefore cannot easily disappear. If so, the results will be as expected. Hangeul, with its great characters and charm, was the first Korean Wave, and it will be ete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