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가 3년 만인 7월 4일 첫 수료생 11명을 배출했다. 호세 마르티 문화원의 뒤뜰에서 펼쳐진 수료식에서 11명의 수료생은 한글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수료증을 흔들며 3년 과정을 마친 기쁨을 만끽했다.
수료식 무대에서 한국 가요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선사한 남녀 학생은 김익환(47) 교수를 향해 또렷한 우리말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단체 인사를 했다.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서 2013년 9월 이곳으로 파견돼 한국어 강좌 강의 계획표를 짜고 학생을 가르쳐온 김 교수는 “수료생들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학습 능력을 키웠다”면서 “학생들이 우리말로 의사 표현을 하려고 노력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초·중·고급반(1∼3학년)으로 나뉜 한국어 강좌를 듣는 학생은 100여 명 규모. 김 교수 혼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씩 수업한다.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는 터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이 쇄도해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 김 교수는 두 배수로 후보를 추린 뒤 인터뷰를 거쳐 입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여학생 클라우디아 에르난데스 노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김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한글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클라우디아 양은 또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료생인 마르벨리스 엘미라 아게로 피에르타도 “이 강좌를 수료한 만큼 계속 다른 장소에서 다른 선생님을 찾아 한글을 배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쿠바 이민 한인 1세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큰 힘을 보탠 임천택 선생의 증손녀인 베아트리스 본데스 데 오키 루이스는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를 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부터 이 강좌의 수강생은 우리나라 공인 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도 본다. 85명이 응시해 초급 30명, 2급 11명 등 41명이 합격했다. 9월에는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여학생 2명이 6개월 일정으로 방한, 서강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 시내 DVD 판매점에서 한국 드라마가 하루 20∼30개씩 팔릴 정도로 미수교 국가인 쿠바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드라마를 통한 한류의 영향,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는 학생의 목표 의식 덕분에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단순히 한국말이 아닌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많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