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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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노르웨이와의 관계는 노르웨이가 6·25 전쟁 때 623명의 외과 야전 의무대를 파견해 우리를 도와준 것으로 시작된다. 노르웨이 육군은 전쟁이 한창인 1951년 4월에 참전해 미8군 사령부 직할대로서 현재 의정부 성모병원 인근에 이동 외과 병원을 6개월간 운영했다. 부상한 아군과 전쟁 피해 민간인 등을 치료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북진하는 연합군을 따라 두 차례 이동, 1952년 7월∼1954년 11월 동두천시 신천 변에 주둔했다. 당시 유물은 동두천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병원에는 노르웨이 의사와 간호사 등 623명과 한국인 60여 명이 근무했으며 적군을 포함해 9만여 명을 치료했다. 정전협정 이후 이 병원 근무자들은 ‘노르웨이 한국재단’을 설립, 전쟁고아들을 본국으로 입양했다. 휴전 후 노르웨이 의료진이 서울에 세우고 간 병원이 현재 국립의료원의 전신이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2013년 7월 25일 금오동 상록근린공원에서 노르웨이 참전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6·25 전쟁 때 노르웨이 육군 이동 외과 병원 주둔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노르웨이에 한국인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 역시 한국전쟁과 연관이 있다. 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하우스 보이로 일하다 중상을 입은 이철호 씨가 담당 군의관에 의해 노르웨이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 193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 씨는 전쟁 통에 가족과 헤어진 뒤 노르웨이에 정착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후 조선 강국인 노르웨이의 조선 관련 기술자들이 한국 조선소에 감독관으로 파견됐다가 한국 여성과 결혼한 경우가 많다. 이들 노르웨이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 증가해 한인 사회의 기초를 이뤘다. 그 외에 현지에 진출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의사, 여행업, 요식업 등 개인 사업자도 있다. 일부 학생들이 1년 기간으로 단기 연수를 가기도 했다.


노르웨이에는 2014년 현재 692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는 440명이고 일반 체류자는 252명이다. 한인회는 1972년에 설립됐다. 1994년 이후 한국에서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한인 사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곳의 한인들은 관광 알선업이나 관광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며 기반을 다졌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석유·가스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전통적으로 조선·해운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준의 지식, 장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조선국인 한국과 노르웨이가 조선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켜 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굴지의 조선 업체들이 노르웨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면하고 성실한 한인 입양인 모국 방문 늘어


 ‘노르웨이 한국인 1호’인 이철호 씨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라면왕’으로 불리는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미스터 리’라는 브랜드로 한국 라면을 소개해 노르웨이인들을 사로잡았다. 이 씨는 광고와 방송 등에 직접 출연하면서 지명도를 높혀 노르웨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인이 됐다. 현지 식품회사에 판매권을 넘긴 ‘미스터 리’는 라면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며 여전히 90%대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철호 씨의 일대기는 그의 셋째 딸인 언론인 이리나 리 씨의 손으로 재구성돼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이 씨 부녀는 2011년 전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마’(지니넷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하기도 했다.


노르웨이와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한인 입양인이다. 본격적인 한인 입양은 1960년대 초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약 8천 명이 입양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인 입양인의 우수성을 칭찬한다. 근면하고 성실한 한인 입양인은 다른 어느 나라 출신의 이민자보다도 노르웨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인 입양인이 양부모 혹은 자녀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어린 시절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인과 현지 가족을 2014년 4월 21일 거제 옥포조선소로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톨비요른 홀테 주한 노르웨이 대사 부부와 노르웨이 입양 가족 60여 명이 참석했다. 4월 초에는 종로구와 홀트아동복지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노르웨이 입양 동포와 가족이 관광 등 한국 문화 체험을 했다.


한글학교는 오슬로 국제학교에서 교과 과정 외의 활동으로 한국어 수업이 열린 것이 계기가 됐다. 교내 활동으로서 재학생들만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제한돼 있는 점이 아쉬워 1997년에 독립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비영리 기관인 노르웨이 한글학교(교장 김혜경)는 동포 자녀뿐 아니라 노르웨이인도 대상으로 하며 3개의 어린이반과 7개의 성인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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