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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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유럽의 중심국가인 폴란드의 한인사회 역사는 국내 대기업 진출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과 폴란드 수교는 1989년 11월 11일 이뤄졌다. 1995년 대우자동차가 폴란드 국영 승용차 공장을 인수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인수전쟁에서 3년간이나 눈독을 들여온 미국의 GM을 물리친 것이다. 폴란드를 유럽의 전진기지로 만들려던 대우의 꿈은 국내에서 그룹이 와해하면서 그 여파로 폴란드 승용차 공장도 문을 닫게 됐다. 대우의 철수와 더불어 바르샤바 거주 한인 인구도 1천 여명에서 3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의 폴란드 진출은 2005~2006년 또 다른 계기를 맞는다. LG가 바르샤바에서 450km 떨어진 브로츠와프에 대규모 전자제품단지를 건설했고 이 지역 상주 한인이 8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어 삼성이 2008~2009년 유럽 내 백색가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폴란드로 옮기자 3천500여 명의 직원이 유입되면서 폴란드 한인사회가 커졌다. 외교부 집계 폴란드 거주 재외동포 숫자는 2014년 말 기준으로 바르샤바 542명을 포함해 1천435명에 달한다. 대기업이 진출한 거점별로 분산되다 보니 바르샤바보다도 지방에 한인 인구가 더 많다. 바르샤바에는 대기업 주재원 이외에 유학생이 100여 명에 달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가 열린 곳이 바르샤바이다. 쇼팽아카데미에 음악공부하러 온 유학생이 많지만, 최근에는 교환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순수 개인자영업자는 가족을 합쳐 바르샤바에 150명 정도가 살고 있다. 한식당만도 10여 곳에 달한다. 한식당이 현지사회에서 자리잡는데는 대우차 직원을 상대로 식당업을 운영한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한인교회는 바르샤바에 2곳, 지방에 2곳이 있다.


한인회는 1994년부터 시작됐지만 2005년부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작년 말까지 3대에 걸쳐 5년간 한인회를 이끈 권영관 전 회장의 공로가 있다. 외국어대 폴란드어과 1회 졸업생인 그는 재임 기간 한인회 홈페이지를 만들고 주재원 가족을 대상으로 매주 주말 폴란드어 강좌도 개설했다. 특히 폴란드에 살면서도 현지 언어와 역사를 모르고 지내서는 안된다고 보고 유적지 문화탐방을 실시한 것은 한인사회의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노력이 평가받아 2013년 우수 한인회 운영사례로 꼽힌바 있다.


폴란드에 처음 발을 디딘 한인들은 거의가 정착이 아니라 돈을 번 뒤 떠나겠다는 거쳐가는 지역으로 인식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폴란드 한인들의 어려움은 컸다. 권 전 회장은 아파트 생활을 할때에 사흘 동안 3번이나 집을 털린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차량 도난이 잦아 주차할때면 자물쇠를 2중3중으로 잠가야 했다. 또한 차를 구입할 때 트렁크가 엄청 큰 것으로 골라야 했다. 한달에 한번씩 독일의 베를린 같은 곳에 가서 아이들 분유와 생필품을 가득 실어와야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폴란드는 모든 분야에서 물자가 다른 나라보다 더 풍부할 정도로 달라졌다.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정부가 치안을 중시하면서 잡범들이 없어진 것은 물론 지금은 유럽에서 최고의 치안국가로 꼽히고 있다.


폴란드 경제는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성장률이 최근 10년간 평균 3% 선을 유지할 정도로 유럽 내에서는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폴란드 한인사회도 초기와는 달리 정착의 뿌리가 깊어지고 있다. 2세들이 현지 학교에 다니면서 법률 의학 등을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전문가로서 활동할 전망을 밝게 해준다. 폴란드는 유선망이 안 좋았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망을 더욱 확충해 현지의 인터넷 환경은 독일보다도 오히려 좋다고 한다. 작년 10월 17일부터 폴란드 현지 LOT 항공이 주 3회 인천-바르샤바 직항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직항로 개설은 양국이 거리상으로도 더 가까워졌고 경제 문화적으로도 관계가 더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양국은 201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다.


한국과 폴란드는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잦은 외침과 전쟁으로 인한 잿더미에서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룬 점 등에서 그렇다. 폴란드는 유럽국가 가운데 한국의 수출순위에서 3, 4위에 꼽히고 있다.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높고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유통 중심지로 꼽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폴란드 한인사회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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