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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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문학의창


장작더미 속 깊이 잠들어 있는 노숙자와 마주쳤다.
태풍의 눈매로 최선의 침묵을 품은, 그러나 내려찍으면 금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활활 광기를 드러낼 듯, 옹이 박힌,
슬그머니 도끼를 내려놓고 그의 곁에 앉는다.
아마도 수많은 푸른 입들로 엮은 얼룩의 말을 타고 평원을 가르며
한평생을 달려 마침내 도달한 내생의 일기 일거다.
첩첩하고 딱딱한 고립의 껍질을 벗어나 불새처럼 날아가는 꿈을 꾸며
푸른 새벽의 입김으로 일어나던 자리,
한 번의 수직으로 횡을 긋고
잠시 나의 척추를 접어 탁자에 앉히는
이 우주의 진동은
지난겨울과 여름의 틈으로 그가 써 놓은 바람의 밑줄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간이거나
산의 동맥을 접속시키던 실핏줄 자국이거나
중력으로 부서져 내리다 등 굽은 빛의 조각이거나
저 망망대해에서 내 안으로 견인되던 폐선의 표류 목이거나
하여,
그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계절을 만나 잠시 기거하던 이방인의 방을
따뜻하게 데우며
이제 깊이 잠들 수 있는 고단한 자세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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