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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해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주의 깊게 관람한 문화재는 바로 우리 한지가 복원작업에 사용된 18세기 고가구인 ‘막시밀리안 2세의 책상’이다. 루브르가 1951년부터 소장하고 있는 바이에른 왕국 시기의 이 고가구는 한국 전통 한지로 복원돼 한·불간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문화재로 평가된다.


전주시는 2016년 5월 문화재 복원용 전주 한지 샘플을 루브르박물관에 보냈고, 루브르의 세계적 수준의 문화재 복원팀은 한지의 우수성을 확인하고서 1년간의 작업 끝에 막시밀리안 2세 책상의 복원에 성공했다. 전주 한지가 사용된 부분은 가구의 손상을 피하려고 중앙 서랍의 자물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거북이 등껍질의 내피가 된 곳이다. 당시 한지를 이용한 복원에 참여했던 프랑스 문화부 소속 프레드릭 르블랑 복원사는 “전주 한지는 접착력과 가벼움, 강도, 치수 안전성, 상대적 투명성 면에서 우수해 섬세한 복원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루브르에서는 목재 문화재의 복원에 주로 일본 화지(和紙)를 이용했는데, 이번 복원은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지가 문화재 복원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전주시와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프랑스에서 이 분야에 일생을 걸고 개척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청년의 도전 정신이 한몫을 했다. 파리 1대학에서 문화재보존복원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딴 뒤 국군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민중(32)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군 복무 전에 루브르의 문화재 복원팀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의 실력을 흡수하면서 전통 한지의 복원 소재로서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군 복무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택해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파리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와 연구를 수행 중인 김 씨는 작년 겨울에는 루브르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지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도 직접 주최했다. 이 콘퍼런스에는 루브르 박물관장을 비롯해 프랑스의 복원 전문가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열네 살에 프랑스로 유학을 온 김 씨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의궤를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한 고(故) 박병선 박사의 추천으로 한지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문화재 복원을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됐다. “다빈치나 라파엘로의 그림을 복원하는데 우리 한지가 쓰였다고 생각해보세요. 문화재는 시간이 갈수록 뜯겨나가기 마련인데 복원을 위해 덧붙여진 한지는 그 문화재의 일부가 되는 거거든요. 멋지지 않습니까?” 재불 동포 김 씨는 오늘도 유럽 문화유산의 본산인 파리 한복판에서 한지를 이용한 문화재 복원의 세계 최고 전문가를 꿈꾸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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