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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삶의 고독과 쓸쓸함의 정서 시에 담아내… 독일작품 번역에도 힘써

지난 10월 3일 세상을 떠난 재독동포 허수경 시인의 생전 작품들이 다시 출간됐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고인의 49재에 맞춰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1996)를 22년 만에 재출간했다. 출판사 ‘난다’도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를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펴냈다.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는 시인이 마지막까지 붙든 책이라고 한다. 오리엔트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들을 발굴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고고학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과 ‘사라짐’을 붙들고 있다. 시를 통해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한 허 시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상경해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시를 써 총 6권의 시집을 냈다. 또 독일에서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지낸 삶은 그의 시에 고독과 쓸쓸함의 정서를 짙게 드리우게 했으며,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 연구 이력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시 세계를 만들어냈다. 고인은 시 외에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양한 글을 썼으며 독일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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