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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맛멋

한국인치고 짜장면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대중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음식이 또한 짜장면이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에다 값까지 무척 싼 편이어서 주머니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 중국집에 가서 다른 메뉴를 먼저 먹더라도 짜장면은 후식처럼 곁들여줘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중국음식의 대명사이자 서민들의 외식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인 짜장면이 이 땅에 뿌리내린 지 어언 100여 년. 바다 건너온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음식이건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해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 본향인 인천 차이나타운.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가 공존해 ‘한국속의 작은 중국’ 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먹어보는 짜장면 맛은 한결 새롭다.


중국식 된장인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작장면(炸醬麵)이 바로 짜장면의 시조다. 여기서 ‘작’(炸)은 불에 튀긴다는 뜻이고, ‘장’(醬)은 된장 등 발표식품을 의미한다. ‘면’(麵)은 밀가루 국수다. 즉 춘장을 볶아 면 위에 얹어 먹는 국수 요리인 셈이다. 짜장면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했다. 일반짜장을 비롯해 간짜장, 유니짜장, 삼선짜장, 쟁반짜장, 사천짜장, 고추짜장, 유슬짜장 등 그 종류가 많다. 하지만 대표주자는 역시 일반짜장이다.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식당에서 ‘짜장면 달라’고 하면 당연히 일반짜장이 나오게 된다.


짜장면의 기본 재료는 양파와 돼지고기, 볶음춘장, 그리고 밀면이다. 식당과 요리사에 따라 대파 등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양파와 돼지고기를 얄팍하고 네모지게 썰어둔다. 돼지고기는 등심이 일반적이다. 콩을 재료로 하는 춘장은 생춘장을 볶아낸 볶음춘장을 준비한다. 여기에 밀가루가 중심이 된 밀면이 추가되면 짜장면 재료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춘장과 밀면이 연출하는 맛의 세계

짜장면은 말 그대로 짜장과 면을 만드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짜장 만들기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가스 불로 튀긴 다음 돼지고기를 넣어 젓는다. 고기가 웬만큼 익으면 양파, 대파 등 야채를 넣고 국자로 고루 저어준다. 그리고 이들 야채가 60% 정도 익었다 싶을 때 춘장을 얹고서 전체적으로 젓고 뒤집기를 반복한다. 야채가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춘장을 넣으면 야채 본연의 모습과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다음은 밀면 만들기. 제면기에서 가늘게 뽑혀 나온 면발을 물이 펄펄 끓는 면솥에 넣고 면봉으로 2~3분 동안 휘휘 저어준다. 그 과정에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가 더욱 쫄깃해진다. 짜장과 밀면을 프라이팬에 넣고 익히는 과정도 중요하다. 프라이팬은 밑이 둥글고 두꺼워 열을 고르게 받도록 만들어졌다. 짜장과 밀면을 한데 넣고 팬을 흔들며 재료를 높이 띄웠다가 받았다가를 반복하는데, 이게 바로 짜장면의 겉과 속을 두루 익히는 기술이다. 센 불로 요리해도 짜장면이 타지 않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짜장면의 상차림은 비교적 단순하다. 새콤달콤한 단무지와 아삭아삭한 양파는 춘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더욱 오묘해지고 중국식 절임 반찬인 자차이 무침은 꼬들꼬들한 느낌이 일품이다.

짜장면은 상에 차려지자마자 젓가락으로 뒤집어 고루 섞어줘야 한다. 그래야 식감이 좋다. 한참 뒤에 섞으면 그사이에 면발이 굳어서 잘 섞이지 않고 맛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짜장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요리사의 솜씨와 함께 손님의 정성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짜장면의 ‘本鄕’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을 제대로 알려면 화교와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인천에 와서 만들었던 짜장면이 현지화하며 한식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짜장면의 역사는 국내 유일의 짜장면박물관(등록문화재 제246호)에 가면 상세히 알 수 있다. 이 박물관은 100여 년 전에 짜장면을 처음 개발해 판매했던 ‘공화춘’(共和春) 건물로 개보수 과정을 거쳐 2012년 정식 개관했다.

한적한 어촌 마을이던 제물포에 중국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건 1880년대 초반이었다. 조선의 개항에 따라 응봉산 자유공원 아래에 있는 지금의 차이나타운 언덕에 1884년 청국 조계지(租界地)가 5천여 평 규모로 설정되면서 ‘청관(淸館)’이라는 이름의 청국 영사관이 생겼고, 제물포항에서 일하는 부두 노동자들도 중국에서 대거 들어왔다. 그 조계지 일대에 중국음식점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 중국 노동자들은 서해 건너의 산둥성(山東省) 출신이 많았는데 이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중국식 짜장면이 함께 들어왔다.

지금 즐겨 먹는 한국식 원조 짜장면의 모태가 바로 공화춘이다. 중국 산둥 출신인 우희광이라는 젊은이가 1900년대 초반에 ‘산동회관’ 이라는 상호로 첫 영업을 시작했다가 1911년 청나라가 중화민국이 되면서 공화춘(1983년 폐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중국 공산화와 한국전쟁 등 격동기를 거치며 짜장면은 현지화의 길로 더욱 빠르게 내달린다. 재산권 불인정 등 한국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화교들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춘장과 식재료로 짜장면 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음식점을 차리는 한국인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짜장면도 완전히 한국 음식화하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2006년 짜장면을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으로 선정했다. 인천시 중구의 차이나타운에는 현재 30여 중국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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