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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동포

4월 30일 향년 86세로 별세한 이준구(미국명 준 리) 사범은 미국인들에게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의 대부’로 불렸으며 남다른 친화력으로 태권도의 세계화에 기여한 재미동포다. 비즈니스 감각 또한 탁월했다. 195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 대학 토목공학과를 다니던 그는 1962년 6월 28일 ‘태권도를 배우면 우등생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 189개국 주미 대사에게 발송했고, 그해 워싱턴에 첫 태권도 도장을 개설했다. 당시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일화가 유명하다.


명성을 얻은 그는 1965년 미 하원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기라성 같은 미국 정치인들이 그의 제자다.

태권도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의 코치를 역임한 데 이어 격투기의 영원한 전설 이소룡(브루스 리), 액션 영화배우 척 노리스 등을 가르치면서 태권도 사범을 넘어서 유명 스타로 떠올랐다.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제자를 숫자로 따지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이소룡한테는 족기(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에게서 수기(손기술)를 배웠다. 알리에게는 태권도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소룡과 함께 태권도 영화에도 출연한 고인은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일에 스포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금세기 최고의 무술인’상을 받았다. 1986년 상·하원 의원을 설득해 ‘미국 스승의 날’을 제정했다.

구(舊)소련 내 태권도 도장을 합법화해 65개의 도장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고, 구소련 외교부가 주는 ‘가장 훌륭한 기사상’을 받았다. 2000년 1월엔 미국 정부가 선정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하고 유명한 이민자 203인’에 뽑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체육·교육특별고문위원을 거쳐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자문위원에 이르기까지 3대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위원직을 임명받아 미국 발전에 기여했다.

이 공로로 워싱턴 시는 동양인 최초로 미국 의회의원들의 추천을 받아 2003년 6월 28일 3만 명이 운집한 축구장에서 ‘준 리 데이’(이준구의 날)를 선포했다. 미 정치 중심지 워싱턴에 태권도를 전파한 지 41년 만이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천 번을 하고 송판을 격파할 정도의 체력이었다.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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