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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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이 모여 살아 ‘멜팅 팟’(Melting Pot)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다양한 민족이 모여있는 곳은 뉴욕이다. 백인 이민자뿐 아니라 캐리비안 출신 흑인도 이곳에 월등히 많다. 미국 내 520만 유대인 가운데 40%가 뉴욕과 뉴저지에 모여 산다. 한인은 어떨까.


재미동포 숫자는 우리 정부와 한인회, 미정부 센서스 간 차이가 크다. 외교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미동포는 249만2천252명이고 일부 한인 단체들은 약 300만 명이 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 정부의 2010년 센서스는 170만여 명으로 집계했다. 증가율을 고려해도 200만~220만 명 수준이다. 뉴욕의 한인 숫자는 2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국적인 시민권자가 35~40%로 가장 많고 유학생, 지상사 직원, 장기 방문객 등 일시 체류자도 비슷한 수준이다. 영주권자는 25% 정도이다.


1960년만 해도 뉴욕의 한인은 40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유학생이었다. 2000년에는 뉴욕시 8만6천400여 명을 포함해 메트로폴리탄 뉴욕 거주 한인이 17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한인의 미국이민은 1965년 이민법 개정이 기폭제가 된 이후 1987년 절정을 이뤘고 88서울올림픽 이후 한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 필리핀, 베트남은 미국이민이 늘어나면서 한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민의 감소에도 불구,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8만여 명에 달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26만 명이지만 인구비례를 고려하면 한국이 세계 1위인 셈이다.


 뉴욕 한인사회의 인구 밀집지역은 퀸즈 보로에 있는 플러싱이 꼽힌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플러싱의 한인이 줄어들기 시작한 데 비해 뉴저지 주의 포트리, 팰리세이즈파크 등이 있는 버겐 카운티로 몰려들면서 현재는 4만~5만 명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한인사회의 주력 업종도 세월이 흐르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한때 2천500여 곳에 달했던 청과물 가게는 50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지금 뉴욕·뉴저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한인 업종은 단연 네일살롱이다. 4천여 곳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중국인 네일살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다소 줄어들었다. 그다음이 세탁소로 10~15년 전 많았을 때는 3천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인이 운영하는 이 지역 슈퍼마켓도 150곳이 넘는다. 대형 슈퍼마켓은 가게 하나에 100~150명의 종업원을 고용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이런 슈퍼마켓을 10곳씩 소유하고 있는 한인도 여러 명이며 한인사회에서 큰 부자에 속한다.

2000년을 기준으로 뉴욕 일원 한인의 24%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의 자영업 비율은 27% 수준인 그리스, 팔레스타인 이민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재미동포의 자영업 비율이 높은 배경에 대해 한인사회를 연구해온 민병갑 뉴욕 퀸즈칼리지 교수는 다수의 한인이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필리핀 등 여타 아시아국가 이민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언어장벽 요인 이외에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자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갖고 나오기가 용이해졌고 끈끈한 가족 유대감과 한인사회 네트워크도 자영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뉴욕 한인 청과상 업체, 단합해서 흑인들의 불매운동 극복”

 식료품가게(grocery store)를 비롯한 자영업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비즈니스이다. 오전 7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심지어 새벽 3시에 뉴욕 헌츠포인트 청과시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자녀의 잠자는 얼굴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이민생활이었다. 그뿐 아니다. 한인 청과물 가게를 겨냥한 흑인들의 불매운동은 1981~1995년 기간 15차례나 있었고 6번은 최소 한 달간, 최장 17개월간 불매운동이 계속된 적도 있다. 그러나 한인 청과상 상인들은 불매운동과 협박, 신체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단결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민병갑 교수는 “한인들이 자신들끼리 싸우다가도 적이 나타나면 무섭게 단결한다”면서 “흔히 화교들이 잘 단결한다고 알려졌지만, 출신 지역별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세대 진전 따른 민족성 소멸 위기… 뿌리교육·청소년 모국방문 확대해야”

자영업에 치중했던 한인사회의 업종 판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는 자영업을 외면하고 전문직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인사회가 3세대까지 내려가면서 이민사회가 아니라 미국사회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실제 한인 인구에서 13세 이후 미국에 이민 온 1세대 한국인의 비율은 48%이며, 재미동포의 다수는 1.5세대나 2세대 이상이다. 재미동포의 혼혈 비율도 나이가 어릴수록 높아져서 8세 미만 아동은 43%에 달하고 있다. 20년 후 이들이 성장해서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이들의 한인 정체성 유지 정도가 한인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민 교수는 세대 진전에 따른 민족성 소멸을 둔화시키는 조치로 ‘뿌리교육’ 기관을 많이 세우고 한국계 청소년들이 여름에 모국을 방문해 뿌리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재외동포재단과 한인공동체의 노력으로 최근에 많이 활성화됐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인 동포사회의 역사, 사회, 문화를 강의·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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