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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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소식

 

고향의맛멋

한민족에게 쌀은 식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민족의 정체성이자 혼이었다. 가난과 식민의 시대에는 한과 꿈을 품은 식량 자원이었다. 청동기시대부터 쌀농사를 지었고, 삼국시대 이후 쌀은 주식으로 탄탄히 자리 잡았다. ‘쌀’이라는 말과 ‘밥’이라는 말이 전국 방방곡곡 어디서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통용된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남과 북이 오래도록 분단된 상태이건만 쌀과 밥이라는 말과 정서에선 여전히 같다. ‘밥’이라고 하면 ‘쌀밥’을 먼저 떠올릴 만큼 단 한 음절인 ‘쌀’과 ‘밥’은 우리 민족으로 고귀한 생명이자 끈끈한 공감대다. 식사를 하더라도 ‘밥을 먹는다’고 한다. 그 정도로 밥이 식단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이천은 예부터 대표적인 쌀과 밥의 고장이었다. 벼의 생육에 알맞은 땅과 물, 그리고 기후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토양의 경우 찰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양분 흡수가 잘 되고, 수질 또한 맑고 깨끗한 데다 밥맛을 좋게 하는 마그네슘 성분이 많다. 분지형이어서 특히 결실기인 가을에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벼의 생육 여건으로는 그만이다. ‘이천(利川)’이라는 지명 자체가 ‘삶에 이로운 물이 많은 고장’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부자 농부가 많은 풍요의 땅이었음은 당연지사라고 하겠다.


이러한 지역적 여건에 힘입어 이천 쌀은 일찍이 조정의 진상미로 자리를 굳혔다. 옛 문헌에 따르면, 여주의 세종 영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던 성종은 이천에서 밥맛에 깊이 매료됐다. 미식가였던 성종은 입맛과 기운을 돋우는 이천의 ‘자채쌀’에 흠뻑 빠져 일품의 이천 쌀을 수라상에 올리도록 명했다. 자채쌀은 이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복하천 주변에서 생산되는 극조생 품종이다. 이 쌀밥 음식이 지금도 수라상처럼 풍성하게 차려져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천시에는 사음동과 신둔면, 백사면을 중심으로 20여 곳의 쌀밥집이 성업 중이다. 음식 명칭과 종류, 맛 등에서 식당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쌀밥 맛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한결같다. 벼는 수확 20일 후에 정미해야 쌀의 탄력과 윤기를 한껏 살릴 수 있다. 쌀을 불리는 시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햅쌀은 아직 건조된 상태가 아니어서 1시간 정도만 불리면 되나 여름에는 2시간여 동안, 겨울에는 4시간가량 물에 불린 다음 잘 씻어서 밥을 지었을 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쌀밥이 더욱 맛있을 수 있는 이유는 찌개, 나물, 생선구이 등 푸짐한 반찬이 있어서다. 매운맛,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등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각종 음식이다. 청국장찌개의 경우 직접 띄운 메주콩을 뚝배기에 담아 보글보글 끓여내는데 제 고장에서 생산된 순수 토종 콩만을 사용한다. 정성으로 만든 이들 음식은 품격 있는 도자기 그릇에 단아하게 담겨 먹는 기쁨을 더욱 높여준다. 쌀밥 정식은 반찬 등 상차림에 따라 1만 원대에서 4만 원대까지 다양해 취향과 형편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이천시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보(시티버스 투어)

제1코스: 설봉공원(도자기축제장) → 사기막골 도예촌(사음동) → 이천쌀밥(점심) → 산수유마을(육과정) → 들꽃앞화원(압화악세서리 만들기) → 반룡송(백사면)

제2코스: 설봉공원 → 쌀밥, 한우 사음동 → 작은사랑농원(딸기따기 체험) → 돼지박물관(미니돼지쇼 관람) → 노성산 말머리바위(설성면 수산리) → 반룡송 백사면

대중교통

시외버스: 동서울 버스터미널- 이천 시외버스터미널 (소요시간 1시간 20분)

고속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이천 종합터미널 (소요시간 1시간)

전철: 판교역-이천역(경강선) 소요시간 33분

식당정보

임금님쌀밥집(031-632-3646)


쌀문화축제

대표적 쌀문화의 본향에 걸맞게 해마다 가을이면 이천의 설봉공원 일원에서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려 이천 쌀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그 맛을 즐길 수 있게 한다. 19회째를 맞은 지난해 축제는 10월 18~22일 ‘오! 행복한 밥상~ 쌀 맛 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이천쌀문화축제는 2013년부터 5년 연속 문화관광축제 중 최우수축제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쌀밥을 먹은 뒤 이천의 명소를 둘러보면 그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 쌀문화축제의 개최장소인 설봉공원에 가면 설봉호를 돌며 주변 풍광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뒤편 설봉산(393m)에 올라 삼형제바위와 설봉산성 등을 만나봐도 좋다. 이천이 도자기의 고장이기도 한 만큼 사음동과 신둔면 일대의 도예촌을 방문하는 것 또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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