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곤히 잠든 엄마 깨실라 까치발로 살금살금 걷는 내가 그러나 내가 잠든 뒤 엄마는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슥삭슥삭 쟁그랑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목욕탕에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엄마 등을 밀어준 내가 성의 없는 나의 “작업”이 끝나면 엄마는 말없이 내 몸 구석구석 씻겨주셨습니다
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맛있는 반찬을 엄마의 찬밥 위에 얹어준 내가 엄마는 평생을 따듯한 밥만 주셨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찬거리 가격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내 옷 사면서 엄마 옷도 껴서 사온 내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이 따로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엄마도 알고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또래들보다 먼저 엄마에게 용돈을 드린 내가 엄마는 나 몰래 내 지갑에 도로 넣었습니다 평생을 그래왔습니다
나는 내가 효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효자였던 적이 없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