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음식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이다. 낙지가 그렇듯이 꼬막도 겨울철에 살이 탱탱해진다. 추워야 살이 꽉 차고 영양가도 한껏 높아진다. 때도 때이지만 어디서 먹느냐 역시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 꼬막의 본향처럼 여겨지는 대표적 고장이 바로 전남 보성의 별교이다. 언제부턴가 ‘꼬막’하면 ‘벌교’, ‘벌교’하면 ‘꼬막’이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둘은 천생연분이 돼 버렸다. 벌교를 낀 여자만(순천만)은 곱고 드넓은 갯벌이 넉넉하게 펼쳐져 꼬막과 같은 해산물의 생태 여건으로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꼬막이 벌교의 향토음식이 된 데는 조정래 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공이 지대하다. 1980년대 중반에 발표돼 문단을 뒤흔들었던 이 작품의 주요 무대가 바로 보성의 벌교이다. 조 씨는 소설에서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맛’으로 묘사하면서 꼬막을 수차례 언급했다. 꼬막의 성가가 소설의 인기와 함께 순식간에 높아졌다.
벌교에 가면 ‘꼬막정식’을 파는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주말이면 외지에서 그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꼬막회무침, 꼬막탕, 꼬막파전, 통꼬막, 양념꼬막, 꼬막된장국 등 갖가지 꼬막 요리가 한상 가득 올라 군침이 절로 돌게 한다. 읍내 인구가 1만5천 명도 채 안 되는 벌교에 성업 중인 꼬막정식 식당은 20여 개소. 이들 식당에 가면 상을 가득 채운 음식을 바라만 봐도 배가 절로 불러온다. 꼬막 재료의 음식에다 꼬지생선, 낙지호롱, 부지갱이나물, 쥐포볶음, 유채나물, 새송이버섯, 열무김치, 배추나물, 콩나물 등 10여 가지 맛깔스러운 반찬이 줄줄이 오른다.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도 몸피가 탱탱하게 그대로이면서 반지르르한 물기가 감돈다고 한다. 식사의 마지막으로 흰밥에 꼬막회무침, 콩나물 등을 넣고 비벼 먹는 식감은 짜릿하다 싶을 만큼 좋다. 이 같은 맛 덕분에 꼬막은 조선 시대에는 임금의 8진미 가운데 1품으로 진상할 정도였다고 한다.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으로 크게 나뉜다. 그리고 이들은 생김새와 생태 등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진짜 꼬막이라는 의미에서 ‘참’자를 앞에 붙인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껍데기의 골이 20개 정도로 깊다. 성숙하기까지 참꼬막이 4년 이상 걸리는 데 반해 새꼬막은 2년 정도면 충분하다. 벌교읍내 시장에서 팔리는 1kg의 소매가는 참꼬막이 1만8천 원, 새꼬막이 9천 원이고 피꼬막은 3천 원으로 가장 싸다. 벌교 꼬막이 유명해진 데는 해변의 생태 여건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뻘(개흙의 방언) 깊이가 평균 15m에 이를 만큼 깊고 뻘의 질이 곱고 부드러워 꼬막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전국 참꼬막 생산량의 70% 정도가 벌교를 끼고 있는 청정해역 여자만에서 생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생태 여건이 좋은 만큼 단백질, 비타민, 필수아미노산, 철분은 물론 각종 무기질이 더욱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