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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젊은 변호사는 우연히 떠났던 쿠바 여행을 계기로 삶이 크게 바뀌었다. 맨해튼 사무실에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퇴근 이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깜짝’ 변신을 준비 중인 것이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전후석(33) 변호사.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겨울 휴가로 떠난 쿠바 여행에서 운명과도 같은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면서 “그날 이후 쿠바 한인의 발자취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에 제 모든 걸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가 처음 쿠바에 발을 디딘 것은 2015년 12월이다. 당초 방문 목적은 “쿠바가 2014년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만큼 사회주의 나라는 어떤지 구경하며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는 말처럼 단순했다. 하지만 아바나 공항에 도착한 직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펼쳐졌다. 숙소까지 그를 데려다주러 마중 나온 사람이 바로 한인 여성이었던 것. 그 여성은 쿠바 한인사회를 이끈 독립운동가 임천택(1903∼1985년) 선생의 손녀였다. 그는 관광하러 돌아다니는 대신 임천택 선생 후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100년에 걸친 쿠바 한인의 발자취를 전해 들었다.


“쿠바에서 한인들이 걸어온 길은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더라고요. 1921년 쿠바 땅에 발을 디딘 후 농장을 전전하며 척박한 땅을 일궜죠. 그런데도 한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한인회를 꾸리고, 한글학교를 세우고, 품삯을 쪼개 조국의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탰죠. 이런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나는 이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변호사의 가슴을 울린 건 임천택 선생의 장남이자 한인사회 지도자였던 임은조(1926∼2006년·쿠바명 에로니모 임) 씨의 삶이 남긴 발자취이다. “쿠바 한인사회를 이끈 ‘큰 어른’이셨죠. 피델 카스트로 등과 함께 쿠바혁명에 참가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한인을 위해 헌신하며 이들이 한민족 정체성을 지키도록 하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뉴욕으로 돌아온 전 변호사는 차근차근 다큐 제작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쿠바를 다시 찾아가 2주에 걸쳐 100여 명의 한인을 만나고 영상, 사진,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다큐 제목은 임은조 씨의 쿠바 이름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헤로니모’로 정했다. 1시간 남짓한 분량으로 쿠바 한인의 이주 역사를 짚어보고, 이들이 타향살이하면서 거둔 눈물 젖은 결실을 조명한다. 전 변호사는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나와 현재 코트라(KOTRA) 뉴욕무역관 변호사로 5년째 활약하고 있다. 그는 올해 ‘헤로니모’를 완성해 국제 영화제 등에 출품한다는 계획이다.


“자칫 슬픈 다큐로 비칠 수 있겠지만, 결말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전 변호사는 귀띔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헤로니모’ 후손들의 목소리를 담을 생각이에요. ‘우리는 100% 쿠바인이면서 100% 한국인입니다’라는 메시지죠. 다큐를 본 관객들이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한국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지구 반대편에서도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지켜온 쿠바 한인이야말로 ‘이름 모를 영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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