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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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한인의 숫자는 720여만 명이고 이들이 사는 나라는 170여 개국에 달한다. 재외동포 거주국 가운데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처럼 대규모 한인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한인 숫자가 수십 명의 초미니 규모인 국가도 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의 한인사회도 숫자로 보면 1천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지 한인사회가 갖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남태평양의 섬, 피지 한인사회는 지구촌에서 한인 동포가 뿌리내리지 않은 곳이 없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피지 한인사회에 있어 뜻깊은 해이다. 이주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1966년 한국수산개발 소속 남해호 선단이 선박 수리차 피지에 기항하게 된 것이 이곳 이민사의 시작이었다.


남해호의 기항을 계기로 다른 회사 어선들도 피지에 들어오게 되면서 우리 원양어선단이 피지와 사모아에 거점을 두고 어업활동을 전개했다. 1972년 피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원조가 이뤄졌고 1980년 한국대사관이 설치됐다. 원양어업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커지면서 1992년 한인회가 출범, 오영준(61) 현 회장까지 17대에 이르고 있다. 피지 한인사회가 성장한 기반은 참치잡이 원양어업이었으나 최근 들어 원양어업이 퇴조하면서 한인사회도 큰 변환점을 맞고 있다. 시기적으로 지금 참치가 많이 잡힐 때인데도 어황이 극히 부진하다고 한다. 바닷물 온도 변화가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예전에는 참치와 함께 주낙에 걸려 올라오는 상어가 큰 부수입이었는데 상어 지느러미 거래가 금지되면서 부수입이 없어진 것도 참치잡이 선단의 선장에게는 큰 타격이 됐다. 15년 전에는 동원산업, 사조 등 대기업의 대기업 어선이 50척, 30척에 달했다. 4~5년 전만 해도 한인 선장이 100여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1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인 선장은 고기잡이 노하우가 있어 대만 등 외국 어선에서 일했으나 우리 선장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한 중국인 선장으로 속속 대체되면서 한국인 선장은 자취를 감출 판이다.


원양어업 퇴조로 피지 한인사회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원양어업 대신 관광과 홈스테이 사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공항이 있는 난디에는 450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고 관광업에 종사한다. 영국 통치령이었던 피지는 영어권인 데다 학비도 싸서 어학연수 대상지로 꼽힌다. 수도 수바에는 한국에서 어학 연수온 학생이 1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홈스테이가 한인사회의 신종 사업으로 부상했다. 기독교가 주 종교인 피지에는 한인교회가 네곳이고 우리 선교사도 50여 명에 이른다. 아프리카, 남미를 휩쓰는 ‘중국인 러시’는 남태평양 도서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피지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1만1천여 명으로 한인의 10배에 달한다. 중국인이 몰려들면서 1~2년 사이에 땅값이 크게 올랐다.


중국 정부는 피지에 엄청나게 투자하면서 도로, 교량 공사를 도맡다시피 할 정도이다. 중국인이 밀려오는 반면 먼저 터 잡았던 일본인들은 거의 빠져나가고 있다. 피지 원주민들의 중국인 평가는 아직까지는 더럽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인은 깨끗하고 근면하고 잘사는 나라 국민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상시 될 정도라고 한다. 수바 한글학교는 23년 전 개교했고 유치부, 중·고등부, 외국인반으로 나눠 토요일에 교사 12명이 8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현지 태권도 사범인 라상현(44) 씨가 한글학교 교장을 겸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은 시·공의 장벽을 없애버렸다.


지구촌 모든 곳의 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조국의 정보와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피지에서도 1년에 2달러만 내고 특정 앱에 가입하면 한국의 뉴스와 연속극 등을 불과 2시간 후에 받아볼 수 있다. 피지 한인회는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한인회관을 갖는 목표를 갖고 있다. 9월 10일 수바의 남태평양대학에서는 피지 한인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이민 5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려 K팝 공연, 노래자랑, 태권도 시범 등 흥겨운 축제마당이 펼쳐졌다. 오영준 한인회장은 이번 축제 수익금에서 1만 피지달러(약 600만 원)를 조성한 뒤 정부 지원을 얻어 한인회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90만의 피지는 경상북도 크기의 소국이지만 남태평양 14개 도서국을 잇는 교통의 허브이자 이 지역의 정치 경제 관광 교육의 중심지로 맹주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피지는 거대한 재생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개발 잠재력이 막대한 나라다. 망간단괴, 망간각 등 대량의 해저 광물이 매장돼 있다. 피지는 또한 세계 제일의 수산자원 보고이다.


한인회 오 회장은 “피지 한인사회의 특징은 어쨌든 수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이라며 “수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인회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원은 제3국 인력으로 대체되더라도 선장과 기관장은 한국인의 맥이 이어져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수산 분야로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수산업 전문학교들이 문을 닫거나 종합대학 등으로 변해버린 현실에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피지 한인들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면서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수바에는 참치 조업 중 숨진 선원들이 잠들어있는 선원 묘역이 있다. 이들은 고되고 위험한 여건 속에서 참치를 잡아 번 돈을 고국에 송금해 경제성장에 한 몫을 담당했다. 이주 50주년을 맞은 피지 한인사회는 원양어업 전진기지 명성을 되찾겠다는 꿈을 잃지 않은 채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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