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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공감



일제 강점기인 1921년 한인들이 처음으로 쿠바 섬에 발을 내디뎠고 그로부터 95년이 지난 2016년 한국의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쿠바를 찾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월 5일 쿠바 아바나의 한인후손회관을 방문했다. 윤 장관은 전날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최초로 쿠바에 도착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다음 한인 후손들의 자취를 찾았다. 한인후손회관은 일요일이면 보통 한인 후손 자녀를 비롯해 쿠바인 한류 팬들이 모여 춤을 추거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이날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인후손회 안토니오 김(73) 회장은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웃었다. 김 회장은 경상북도 출신의 평범한 농민으로 기억하는 그의 할아버지가 멕시코로 이주하면서 쿠바 한인의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윤 장관 일행이 도착하자 반갑게 맞이한 김 회장은 회관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한복, 꽹과리, 북 등이 전시된 메인 홀을 지나 쿠바의 독립 영웅으로 추앙받는 시인 호세 마르티의 사진과 쿠바 국기가 걸린 방에서 김 회장은 쿠바인답게 마르티의 행적을 설명했다. 조선의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던 독립 유공자 고(故) 임천택 옹 등 쿠바 한인 1세대와 그 가족들의 사진이 전시된 방에선 한국인의 후손으로 돌아가 쿠바의 한인 역사를 간략히 전했다.


한인후손회관은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와 재외동포재단 등의 후원으로 2014년 8월 문을 열었다. 쿠바 한인 사회는 1905년 멕시코 유카탄으로 이주했던 한인 중 일부가 쿠바로 건너오면서 처음 뿌리를 내렸다. 김 회장은 “당시 ‘멕시코 한인 중 누군가가 쿠바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아 일부가 쿠바로 이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처음에 300여 명이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했으며 지금은 총 1천119명의 한인 후손들이 쿠바 각지에 거주하고 있다.


쿠바에 부는 한류 열풍은 아바나 구시가지의 10평 남짓한 아파트에 있는 ‘한국문화클럽’에서 읽을 수 있다. 쿠바 국기와 태극기가 그려진 현관으로 들어서면 배우 이민호·윤상현 등 한국 스타들의 사진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포스터 등이 벽을 한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클럽 회원들은 함께 모여 한국 드라마를 보고 다운로드받은 드라마를 서로 교환한다. K팝 음악을 듣고 춤을 추거나 태권도를 배우기도 한다. 지난해 4월 결성된 한국문화클럽은 1천300명가량의 등록 회원을 두고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정기 모임에는 200∼300명이 참석한다. 최고령 회원이 80세에 이를 정도로 회원 연령대도 다양하다.


여대생 에스피노사 씨는 취재진에게 “한국 사람들은 흥미로운 드라마를 많이 만들고 연기력도 좋다”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열정적으로 피력했다. 한국과 쿠바는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정치적 교류를 단절했지만, 한류는 이미 쿠바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쿠바 국영방송인 ‘카날 아바나’가 2013년 2월부터 한국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내조의 여왕’ 등을 방영한 것이 본격적 계기가 됐다. ‘내조의 여왕’은 시청자 호응도가 87.7%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들 드라마에 출연했던 윤상현이 2013년 11월 한국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자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적판’ 형식으로 현지에 전파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연배우 이민호가 높은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한국문화클럽 회원들은 지난 3월, 1주년 기념행사로 아바나 시내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 춤을 추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한복은 70대 여성 회원이 인터넷 사진 등을 참고해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한국 문화와 음식, 역사에도 관심이 있다는 클럽 부회장 마갈리스 도밍게즈 산토스(여·변호사) 씨는 “한·쿠바 우정, 문화 교류에 힘쓰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회 쿠바 한국영화제가 개막한 5월 26일 아바나의 인판타 극장 앞에는 개막 두어 시간 전부터 쿠바 영화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영화제가 시작한 오후 8시, 극장의 200개 좌석은 순식간에 가득 들어찼고 쿠바의 명배우인 미르타 이바라(70)까지 극장을 찾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별 손님으로 쿠바를 찾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BIFF) 위원장이 축사하고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개막작인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에 대한 해설을 하자 관객들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영화관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밝혀진 다음 첫 장면에서 차를 몰고 가는 이선균의 모습이 등장하자 객석에선 여성 팬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상영이 끝나고 제작진 소개 자막이 올라갈 때는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풍경까지 연출했다.


관객 레일라 델라오(25)는 “매우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이야기였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의 한 전쟁 영화를 접했는데 무척 재밌게 본 터라 오늘 극장을 찾았고 역시 실망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쿠바 배우 이바라는 “한국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훌륭한 작품이 많다고 들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했고 줄거리가 매우 참신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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