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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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소식

 

고향의맛멋

메밀은 본래 값싸다. 감자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예부터 서민들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메밀은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칼슘, 인산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가 잘되고 변비에 좋다. 메밀이 많이 재배되는 강원 산촌에선 집에 손님이 오면 메밀로 국수를 누르고 전을 부쳤다. 특히 메밀전병은 메밀 음식 중 품격이 높은 축에 속했다. 고기와 채소가 들어가 풍성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궁핍한 시절에 메밀전병을 얻어먹었다면 대접을 잘 받은 셈이었다. 조금 과장하면, 메밀전병은 보잘것없는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메밀전병의 다른 이름은 총떡이다. 모양이 긴 총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메밀 반죽으로 얇게 전을 부쳐 그 위에 고기, 김치, 당면, 채소, 두부 등을 다져 올린 후 돌돌 말아 익혀 먹는다. 내용물인 소는 미리 양념해 놓는다. 접시에 길게 드러누운 메밀전병을 가위로 숭덩숭덩 먹기 좋게 잘라 놓으면 노릇노릇 기름을 두른 무채색 전과 알록달록한 소가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담백한 메밀전과 약간 자극적인 소는 맛에서도 상부상조의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인 모습은 전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떡보다 부침개에 가깝다.


메밀전병은 메밀의 고장인 강원도의 향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 산촌에선 감자나 배추를 수확한 후 메밀을 심어 늦가을에 거둬들였다. 탈곡한 메밀을 물레방아로 빻은 후 곱게 채를 쳐 나온 가루로 국수, 묵, 냉면,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물론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메밀전병을 맛볼 수 있다. 해안 지역에선 오징어 등 해산물을 소로 이용한다. 메밀전병이 전국구 음식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국수가 있다. 메밀 음식을 대표하는 막국수가 북한강 이남 전역으로 세력을 확대할 때 얼떨결에 묻어갔다. 지금도 메밀음식 전문 식당에서 보면 다른 음식과 함께 주문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메밀전병이 단독으로 독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메밀전병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 자체의 맛도 뛰어날 뿐더러 주변 풍광이 온통 메밀밭이어서 느낌이 색다르다. 메밀 경작지가 전국에서 가장 넓다. 특히 가을에 찾아가면 메밀밭이 펼쳐진 산허리와 들녘이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얗다. 농익은 보름달 아래 메밀밭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봉평은 예부터 메밀밭이 많았다고 한다.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다. 지금도 소설이 발표된 1930년대와 비교하면 길이 넓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을 뿐 큰 변화는 없다. 장돌뱅이들이 술 대작을 하거나 하룻밤 쉬어가던 장터 주막 자리엔 현재 4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한여름 밤에 개울가로 멱을 감으러 나간 허 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팔자에 없는 연분을 맺은 물레방앗간은 흥정천 옆 메밀밭 언저리에 재현돼 있다.

허 생원과 조선달이 휘장 아래 멍석을 깔고 드팀전(옷감 가게)을 펴던 봉평장은 지금도 계속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2일, 7일에 장이 선다. 물론 옛날보다 규모는 작아졌다. 무명과 주단 바리, 방물 등을 벌여놓던 장돌뱅이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 대신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이 자릴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산촌의 투박한 맛을 장전한 메밀전병 포수들이 넉넉한 인심으로 관광객을 겨냥한다.


▶ 효석 문화마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 문화마을에서는 하얗게 핀 메밀 꽃밭을 배경으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가산 이효석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효석문화제가 매년 9월에 펼쳐진다. 축제가 열리는 봉평은 드넓은 메밀밭에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펴 장관을 이룬다. 소설 제목 그대로 메밀꽃 필 무렵이 되면 그 아름답고 청초한 정취에 흠뻑 빠져보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봉평면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흥정계곡 → 무이예술관 → 이효석 생가 → 봉평 전통시장 → 팔석정
·관광 안내
봉평면 관광 문의 (033-330-2762)
평창군 관광 안내센터 (033-330-2771)
·대중교통(서울 - 보령)
버스 (2시간 40분 소요) / 승용차 (2시간 10분 소요)
·식당 정보
진미식당 (033-336-5599) / 풀내음 (033-335-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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