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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동포의창

실버는 아름답다. 확실히 그 말은 맞는 말인 성싶다. 매주 토요일, 한인교회는 갑자기 술렁댄다. 아침부터 꽉 짜인 학과 일정으로 노인들의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정성껏 단장한 모습들은 65세 이상이라고는 좀체 믿기지 않는다. 60대는 노인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오늘날, 70대는 청년이요, 80대는 장년이라는 게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의 한인 교회는 종교 이전에 한인 사회다. 물론 타 종교와의 갈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미국이 신교도들의 나라요,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에서 은퇴한 노인들의 무료함은 이곳에서도 사회 문제다. 그런데 한인교회에서 실버대학을 개강하고 나니 이는 노인들의 여유 시간 활용만이 아니라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자아 발견을 위한 계기가 된 셈이었다.


문학강좌 이를테면 시 창작반이나 수필 창작반, 그리고 문장론반까지 수업 일정이 짜여 있고 서예 교실, 댄스 교실, 성경 교실, 컴퓨터 교실 등 몸과 마음을 함께 살찌우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교수들의 수준 또한 아마추어가 아니다. 각 부문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민의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국에서의 삶에 그리움 하나를 더 보탠 삶이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 형제에 대한 그리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회한 하나를 더한 세월이었다. 그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가난했고 그래서 더 순수한지 모를 일이다.


수업을 하는 동안 노인 학생들의 눈망울은 그렇게 반짝거릴 수 없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던 가슴속의 빈 공간, 그것이 비로소 이 시간들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메우려는 노력이 남보다 일찍 와서 수업 준비를 하고 남보다 앞자리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놓칠세라 귀 기울이는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글짓기를 배우면서 이미 많은 부분을 잊어버린 모국어와 일기 한 번도 쓸 겨를이 없던 바쁜 세월들이 북받쳐 올라 넋두리로 옮겨 놓던 날 그들은 밤새 눈물로 지새웠을지 모른다.


댄스 수업 때 보면 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이 굳어있어 동작은 영 서툴다. 거울에 비친 불룩한 배가 눈에 거슬리지만 그들의 상상 속엔 날렵했던 젊은 날의 모습이 살아 있다. 영화 ‘셸 위 댄스’의 한 장면을 상상하며 춤을 배우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운동 겸 댄스가 삶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붓을 드는 일조차 어깨에 힘이 드는 일이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선을 그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정화된 모습을 느낀다. 그리고 잃었던 정체성을 깨닫는다. 속일 수 없는 피의 흐름, 내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내 부모의 부모로부터 흘러내리는 피의 흐름을 느낀다.


영어가 언어 소통의 수단인 나라에 살면서도 늘 익숙지 못한 게 영어다. 일터에서 바삐 배우긴 했어도 늘 목말랐다. 내가 사는 나라, 늦었지만 올바르게 배우고 싶은 게 늘 꿈이었다. 그 외에도 미국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도 있고 고령 복지를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배울 것은 많은데 마음이 바쁘다.


실버대학에서는 학예전도 연다. 고전 무용반 학생들은 고운 한복으로 춤사위를 펼쳤고 합창반은 고운 음색을 뽐냈다.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서 삶은 살아볼 만한 것임을 실버대학에서 배운다. 이국의 땅에서 자식들은 다 올바르게 성장했고 이제 그들이 할 일은 건강하게 아름답게 사는 일이다. 삶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진정 행복해지고 싶다. 그래서 그들은 늘 토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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