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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문학


내가 일본에 온 것은 1살 때이고 한국에서 2년간 초등학교를 다닌 것 외에는 줄곧 일본에서 생활했다.내가 사는 동경의 신주쿠에는 한국학교와 한국인이 모이는 교회 그리고 한국 관련 상점이 즐비한 코리아타운 등이

있어서 타국에 살면서도 한국인과 교류하고 한국의 정서와 풍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경한국학교의 ‘시나브로’라는 한일 문화교류회 활동은 꽤 해볼 만하며 분주하게 보낼 수 있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어느 날 ‘한일 국제 미래 서미트’를 열어 보자는 일본 고등학교 측의 제의를 ‘시나브로’가 받아들였다. 여태까지 시나브로 동아리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문화 홍보자료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수박 겉핥기식이랄까, 보기 좋은 면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색다른 논쟁거리를 생각해 보기로 하고 찾아낸 것이 한국의 김치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일본의 TV광고를 보면 ‘김치’가 ‘기무치’라는 발음으로 선전되면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포장 패키지의 캐릭터는 한국의 전통 한복을 입은 남녀가 등장하여 김치의 유래가 한국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기무치는 일본인의 입맛을 맞추느라 한국의 김치처럼 젓갈을 많이 넣지 않는다. 또한 일본에서는 기무치가 한국과 달리 겨울 저장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김치처럼 큰 사이즈가 아니고 썰어낸 작은 크기로 포장해 판매한다. 이밖에도 겨울에는 김치찌개용 소스가 많이 팔린다.


일본인은 한글 받침을 발음하기가 어려워 김치를 기무치라고 말한다. 몇 해 전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하려다가 실패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일본 고등학생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kimchi(김치)-kimuchi(기무치) 논쟁’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kimchi(김치)는 국제식품 규격위원회(CODEX)에 정식으로 등록된 고유명사라는 사실, kimchi(김치)의 주재료는 배추와 그 밖의 채소를 각종 양념에 버무려서 발효시킨 음식이라는 것, 일본의 kimuchi(기무치)는 발효식품이 아닌 우리나라의 오이지나 서양의 피클처럼 소금, 간장, 된장, 식초 등에 담가두어 만든 Chukemono(쓰케모노 : 절임)로서 상표등록이 된 사실을 여러 학생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김치’라 하면 특히 재일동포는 한마디 하고픈 역사가 있다. 과거의 재일동포 1세, 2세들은 많은 차별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급료는 일본인의 3분의 1이었으며, 재일동포 출신이 대학을 나와도 일본 기업으로 취직할 수 없었다. 공영주택의 입주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도 거부당했다.


이런 차별은 재일동포의 자녀도 마찬가지여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조센진(朝鮮人)’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왕따’의 대상이 되었다. 재일동포는 차별에 굴하지 않고 인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항의를 계속했고, 재일동포를 비하하는 사회 풍조에 반대하는 시위도 멈추지 않았다.


1947년부터 2000년까지 외국인 등록법에 의해 14세 이상자(1982년부터 만 16세)는 지문을 날인해야 하는 제도도 있었다. 과거에는 재일동포라고 하면 김치 냄새가 난다며 인격까지도 비하하던 일본인이었지만, 현재는 한국이 급성장하고 한류로 인해 한국의 음식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자 재일동포를 연상시키는 바로 그 김치를 기무치로 둔갑시켜서 일본의 음식인 양 조작을 한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내용을 자료로 배포하면서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동아리 활동과는 달리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한국인으로서의 우리의 관점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일본 내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한국인이건만 일본에 살면서 될 수 있으면 일본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화제를 피해 화기애애한 한류 드라마나 K-POP 스타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어 왔던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곤 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교류회처럼 시대에 따라 이슈가 되는 시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요즘 일본 초등학교의 급식 메뉴에는 가끔 한국 김치가 나온다. 이처럼 김치는 일본인의 식탁에 아무 문제없이 올라오는 기호식품이 되고 있다 . 그냥 김치 자체가 좋아서 즐겨 먹는 일본인이 있는 것과는 달리 상표등록으로 이익을 챙기며, 더 중요한 점은 한국 고유의 것을 넘보는 일본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된 후, 최근 미셸 영부인이 한국 김치를 직접 만들어 예쁜 유리병에 담아둔 사진과 함께 김치 만드는 법을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음식인 김치와 불고기를 접대 받고 그 맛에 감동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육류 섭취량이 많은 미국인에게 김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소화 흡수를 돕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영부인이 관심을 갖고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김치의 스펠링을 ‘kimchi’로 적었다. 김치가 국제식품 규격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식이섬유질이 주재료인 채소를 원료로 만드는 발효식품 김치는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먹어보려 할 것이며, 일단 맛을 보고 나면 기호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음식이다. 우리 재일동포가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이어나간 김치 문화가 당당히 일본 식탁에 오르고 있고, 앞으로는 각 나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도 내 어머니가 식탁에 올려놓으신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먹으면서 ‘기무치’가 아닌 ‘김치’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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