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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동포의창


멕시코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문화와 식생활 풍토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금방 친구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내가 알고 지내온 대부분의 멕시코인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을 동경하고 결코 작지 않은 민족의 독특한 개성에 경의를 표하는 편이다.


멕시코시티에서 기자 신분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는 이 나라 언론이 말하는 한국인의 얼토당토않은 보도 내용에 분통을 터뜨린 적도 많았다.


그 중에는 심심풀이처럼 신문과 TV에 ‘멕시코 속의 한국인은 법도 질서도 모르는 비문화인’이라거나 심지어 코레아노란 말 뒤에 마피아라는 관형어가 줄곧 따라붙었던 기사에 화가 치밀곤 했다.


한인식당이 한인 고객을 상대로 파는 개고기 음식을 다룬 프로그램은 멕시코 최대의 지상파 방송국인 텔레비사(TELEVISA)에 최고의 시청률을 안겨줬다.


권총이 등장한 한인 간의 난투극 사건은 피해자가 널브러져 있는 참혹하게 연출된 컬러사진과 함께 범죄기사만을 다루는 타블로이드판 일간지의 표지에 전면으로 대서특필됐다.


한국인을 경멸하고 비하하는 단골 레퍼토리 기사는 밀수와 가짜상품 판매가 압도적이었다.


‘한국 상인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량의 해적상품을 암암리에 수입해 들여와 질서를 잡아나가는 멕시코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한인 상인 전체가 잘 짜인 조직을 결성해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마피아 조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보도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기사의 ‘한국인’이라는 자리에 ‘유대인’이 들어가도 딱 걸맞은 말이었다.


현지 신문사보다도 텔레비사 방송이 주로 혈안이 되어 연거푸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떠들어댔다.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정보란 게 텔레비사의 경영은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멕시코 시장경제를 밀수와 가짜상품으로 밑바닥부터 활성화시킨 장본인도 바로 유대인이었다.


앞서 말한 5%의 상류 계급 속엔 다수의 유대인이 포진하고 있다.


믿기 힘든 현실이지만 그들은 멕시코 시장에서 온갖 탈·불법을 동원해 해적상품으로 큰돈을 벌어들였다.


그 돈은 신문사 방송국을 만들고 키우는 데 한몫했고 때맞춰 차츰차츰 늘어나는 한인 상인들이 그들을 닮아가려 하는 행동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0년 이전의 많은 한인이 황금기의 시장에서 여느 외국인 상인과 마찬가지로 밀수품으로 많은 매상을 올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로 대부분 합법적인 경영방식으로 가게 운영을 바꿔나갔다.


극소수의 한인 상인이 예전 방식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갔던 것이 곧바로 ‘마피아’의 빌미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텔레비사의 ‘한국인을 물고 늘어지는 작태’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여전히 타 방송처럼 우호적이고 친절한 보도에는 인색한 편이지만 마구잡이 마녀사냥 짓을 멈춘 것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공관과 한인회는 한국과 한국인을 바로 알리는 데 큰 공을 들였다.


멕시코가 곤경(인플루엔자 재난, 홍수 등)에 닥쳤을 때 맨 먼저 팔을 걷어붙였던 사람들이 재 멕시코 한인이었고, 월드옥타·축구협회,·재향군인회 등 수많은 한인단체가 숱한 봉사활동과 구호 의연금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걸 그들(언론 방송단체)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부터가 이제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망치는 짓은 과거에 충분히 했다.


현지인, 현지사회와 깊숙이 어울려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 바로 우리가 우리를 제대로 알리는 일일 것이다, 곧 그것만이 후배와 후손의 한인 이민자들에게 기름진 발판을 마련해주는 값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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