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2월호
특집/기획
화제
인물/역사
칼럼/문학
고국소식
재단소식
목록보기

칼럼·문학

 

동포문학

아버님


9월이 오면 과테에도 감이 나옵니다.


한 친구가 산 루카스 산속에서 가을을 걷어와 감으로 내 팝니다.


며칠 전 가게 귀퉁이에 쌓아놓은 감 몇


개를 골라보니 아직은 나무의 힘이 남아있는 선감이었지만 사람들은 덜 익은 감을 사간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감을 팔면서 아직 가을이 깊지 않았으니 여름 꼭지가 떨어질 때까지 며칠 더 가을을 익혀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참 이상한 감장사입니다.


조금 속고 속이는 감칠맛이 없어 밋밋하지만, 이것이 익은 감을 파는 장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을 며칠 일찍 팔았지만 사가는 사람은 며칠 묵혀가면서 익어갑니다. 그러니 감을 살 때 너무 익은 감을 사면 손해를 봅니다. 팔 때도 비슷하겠지요.


아버님


저도 그 감밭에 가보았습니다.


아침 이마는 차갑고 겸허해 지더군요.


산비탈에 사는 감나무는 한편으로 몸을 기울여야 가지가 펴지고 큰 감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당한 거리가 좁혀져 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욕심에는 가지치기가 없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큰 감부터 따낸 것인지 익은 감부터 따낸 것인지 궁금했지만 낮은 가지에 열린 감부터 따낸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감은 높은 가지에 많이 달려있었습니다.


과수원 지기에게 물었지요.


감나무는 몇 그루며 얼마나 오래됐는지….


과수원 지기는 모르더군요. 감나무를 심은 사람과 감을 따는 사람과 감을 사는 사람이 다 다르니 서로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감밭에 가 감을 따면서 저도 어느덧 그때의 아버님 나이쯤 된 것 같습니다. 속은 덜 탔지만 빛깔은 익었습니다.


귀에서 북이 울리고 가슴에서 징징 소리가 납니다.


하루 종일 감처럼 매달려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아침보다 저녁이면 더 빈손이 됩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편안하고 비탈에 서 있어서인지 허리를 세우면 여기저기가 아파옵니다. 누우면 누구에게 기대어 있는 것처럼 미안합니다.


믿음은 기름종이처럼 빳빳하여 밀어내는 중이고 무슨 곡절이 그리 많은지 그때마다 인습을 배우는 것이 힘이 듭니다. 웃고 우는 것이 끝끝내 이 세상을 놓지 않는 방법처럼 고집스럽습니다.


이러니 어찌 하겠습니까.


9월 나무에서 따온 감을 바구니에 쌓아두고 가을을 익히는 친구처럼 누군가가 저를 따 가을 바구니에 쌓아두고 여름을 익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계절입니다.


퀵메뉴
  • 목차보기
  • 퍼가기
  • 인쇄하기
  • 탑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