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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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우리말배워봅시다

우리말배워봅시다




“그 친구, 애기가 잘 안 통하는 것 같던데, 이제 자네가 나서서 쇼부를 봐야겠어.”


어떤 일의 결판을 내거나 결판을 내기 위한 흥정을 붙여야 할 때 ‘쇼부를 본다’고 말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쇼부’라는 말은 ‘승부(勝負)’라는 말의 일본식 발음이다.


요즈음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보면 중년층이나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널리 사용하고 있고, 또 날이 갈수록 쓰이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우리 식 표현으로 바꾸면 상황에 따라서 ‘흥정’이나 ‘결판’ 또는 ‘승부’로 고쳐서 쓸수 있다.


위의 예문에서도 ‘이젠 자네가 나서서 쇼부를 봐야겠어’ 보다는 ‘이젠 자네가 나서서 결판을 내야겠어’ 또는 ‘승부를 봐야겠어’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택시를 탈 때는 기사와 미리 쇼부를 보고 타야 돼요’와 같은 경우에도 택시를 타기 전에 운전기사와 택시 요금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때는 ‘미리 흥정을 하고 타야 돼요’로 고쳐 말하는 것이 좋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광고나 집으로 들어오는 광고지들을 보면 ‘선택사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에어컨’이나 ‘에어백’ 등과 같은 것은 ‘선택사양’이라고 적혀 있고, 아파트의 경우 ‘벽지’나 부엌시설 같은 것을 ‘선택사양’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주문품의 경우에 선택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품목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인 이 ‘사양’이라는 말은 어디서 온 말일까?


이것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어인 ‘시요’를 우리식 발음으로 ‘사양’이라고 읽는 것에 불과한 말이다. 그리고 ‘옵션(option)’이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사양하는 영어 표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주문품의 내용이나 모형을 제시한 것이라면 그냥 우리말 표현대로 ‘선택내용’이라든가 ‘선택사항’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복잡한 설계 그림이나 내용을 적은 것이라면, ‘사양서’라는 일본식 한자어 대신에 ‘설명서’ 또는 ‘내용서’라고 쓰는 될 것이다.





신문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그 처리 과정을 놓고,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보 사태에 관한 수사 과정이 정해진 수순을 밝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라는 기사를 볼 때, 이 ‘수순’이라는 말이 우리말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신문기사나 뉴스 방송 같은 언론 매체를 통해서 자주 들어오던 표현이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우리말 표현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일본어에서 온 한자어다. 이 말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면 ‘절차’ 또는 ‘차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과정이 정해진 수순을 밝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 또는 ‘정해진 차례를 밝고 제대로 처리된 것인가’와 같이 고쳐 말해야 올바른 우리말식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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