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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우리말배워봅시다

우리말배워봅시다




한글 맞춤법에는 단어의 끝 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는 것은 그 앞 음절의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삼 일 전이라는 뜻의 ‘엊그저께’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면, 원래 이 말은 ‘어제그제께’가 원말인데, 앞부분에 있는 ‘어제’에서 모음 ‘ㅔ’가 줄어서 남은 자음 ‘ㅈ’을 앞 음절의 받침으로 적어서 ‘엊그저께’가 된 것이다. 그밖에도 ‘모든 종류의’라는 뜻의 ‘온갖’도 ‘온가지’라는 말에서 모음 ‘ㅣ’가 줄어서 ‘온갖’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줄어지는 음절의 첫소리 자음 대신 받침 소리를 적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서 ‘남자 사돈’을 이르는 말로 ‘바깥 사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바깥’이라는 말이 ‘밭’으로 불어서 ‘밭사돈’으로 된다.


또 다른 예로, 씨름 경기 중계에서 ‘밭걸이’라는 용어를 들을 수 있다. ‘밭걸이’는 씨름할 때 다리를 밖으로 대서 상대방의 오금을 걸거나 당기거나 또는 미는 재주를 말하는데, 이 경우도 역시 ‘바깥’이 줄어서 ‘밭’이 된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광고나 집으로 들어오는 광고지들을 보면 ‘선택사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에어컨’이나 ‘에어백’ 등과 같은 것은 ‘선택사양’아라고 적혀 있고, 아파트의 경우 ‘벽지’나 부엌시설 같은 것을 ‘선택사양’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주문품의 경우에 선택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품목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인 이 ‘사양’이라는 말은 어디서 온 말일까? 이것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어인 ‘시요’를 우리식 발음으로 ‘사양’이라고 읽는 것에 불과한 말이다. 그리고 ‘옵션(option)’이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영어 표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주문품의 내용이나 모형을 제시한 것이라면 그냥 우리말 표현대로 ‘선택내용’이라든가 ‘선택사항’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복잡한 설계 그림이나 내용을 적은 것이라면, ‘사양서’라는 일본식 한자어 대신에 ‘설명서’ 또는 ‘내용서’라고 쓰면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하는 말의 내용이 자막으로 처리돼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이런 것이 유행처럼 돼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막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자막에 나오는 것을 보면 맞춤법이 잘못된 글자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이런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언어 생활에 잘못된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언어 공해로 작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중에서도 자주 나오는 오류로 ‘되다’라는 말과 관계 있는 활용형을 들 수 있다. ‘가면 안 돼요.’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되다’에 서술형 종결어미 ‘~어요’가 붙을 때는 ‘되어요’가 되는데, 이것을 줄여서 나온 형태가 바로 ‘돼요’다.


그렇다면 ‘오늘은 되고 내일은 안 되지요.’와 같은 예문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되고’와 ‘안 되지요’는 두 개의 표현이 있는데 둘 다 ‘되’로 쓰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되고’와 ‘안 되지요’는 ‘되어고’나 ‘안 되어지요’라는 말이 줄어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맞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그 말을 ‘되어’로 풀어서 사용이 가능한지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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