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꽂혀 있던 낡고 작은 공책 하나 내 아버지의 오래된 일기장 . ‘중구 인현동 1가 57번지, 광전사’ 60년대 서울 어느 모퉁이 라디오 소리 흐르던 광전 전파사 야박한 서울 살이, 하루 백 환을 벌어 백 환 빵을 사먹고 밥이 배고픈 가난한 일기를 쓴다. 하늘로 가신 엄마 그리워 그리워 엄마를 부르는 일기 일기장에서만 울 수 있는 엄마 고향에 있는 어린 동생 생각에 코일을 감고 또 감는다. 뾰족한 펜촉으로 그려진 전기회로도 아버지의 회로도 속 세월은 코일 속에 감겨져 잊혀져 있었나보다. 시집가 버린 딸 서른아홉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가슴 속 울고 있던 소년은 누가 안아주었을까 울며 넘기는 빛바랜 일기장 내 삶 어딘가 엔 아버지의 일기가 적혀있다는 것을 내가 서 있는 이 곳 빛바랜 종이를 수없이 넘겨 겸손한 열매로 맺어가야 할 끝나지 않은 아버지의 내 삶 속 일기 우리 집 서재 낡은 일기장 속 아버지 내 영원의 친정집 달려가 안아드리고 싶은 빛바랜 일기장 속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