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태백은 순전한 설국(雪國)으로 다시 태어난다. 시선과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요란한 빛깔과 소리가 모두 배제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 순백의 풍모는 담백하고 늠름하다. 사람으로서 나아갈 길을 말해주는 듯하다.
겨울 태백에 가면 매봉산(1천303m) 정상부 ‘바람의 언덕’부터 올라야 한다. 산비탈을 개간한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 하늘과 맞닿은 능선에 일렬로 서서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들로 인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여행지다.
매봉산은 일몰과 일출이 모두 빼어나다. 겨울 당일치기 여정이라면 일몰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높이 40m가 넘는 8기의 하얀 풍력발전기 너머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석양을 보노라면 마음을 온통 빼앗긴다.
겨울 태백산 등반의 백미는 눈꽃 핀 주목(朱木)이다.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 아래 산재한 주목에 탐스러운 눈꽃이 피어 황홀한 풍경을 빚어낸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수식어로 잘 알려진 주목이 눈꽃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한 번 마주하면 절대 잊을 수 없다. 겨울 태백산 등산로가 인파로 붐비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겨울 태백의 또 다른 절경은 검룡소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지난 초겨울 내린 폭설로 주차장이 있는 안내소부터 검룡소까지 이어진 오솔길은 눈밭으로 변해 있었다. 수일간 쉬지 않고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두툼한 솜이불처럼 온 산을 덮은 형국이었다. 눈의 무게에 눌려 주저앉거나 부러진 나목(裸木)의 가지가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만복이’가 뛰노는 남부마을
태백산 눈축제
순백의 시크릿 가든에서 즐기는 태백의 맛(味)
맛집 순례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태백 여행에선 한우, 감자 옹심이, 닭갈비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청정 고원지대에서 자란 한우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강원도 대표 작물인 감자로 만든 옹심이가 어떤 맛인지 확인할 수 있다. 태백처럼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육한 한우가 더 맛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태백 한우의 명성은 과거 탄광산업의 호황과도 연관돼 있다. 몸은 고달프지만 주머니는 넉넉한 광부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식당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태백의 고기 맛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태백 한우를 맛봤다면 다음 메뉴는 감자 옹심이, 감자 수제비다. 감자는 쌀이 태부족하던 시절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많이 먹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태백 닭갈비는 수년 전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한 메뉴다. 양념에 버무린 닭갈비에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다는 점에서 춘천 닭갈비와 차이가 있다. 맛을 보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