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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소식

 

나의 살던 고향

울산

석양빛에 물든 바닷물 위로 작은 어선이 지난다. 죽방렴에 잡힌 멸치를 걷으러 가는 배다. 왠지 고즈넉하면서도 그리운 정경이다. 남해는 이처럼 사람마저도 풍경으로 만드는 섬이다. 헛헛한 마음이 사그라지는 곳이다.


남해는 79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나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남해도와 창선도가 주를 이룬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는 전남 여수, 오른쪽으로는 통영과 고성이 자리한다. 하동에서 연결되는 남해대교나 사천에서 이어지는 삼천포대교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여수에서 남해를 거쳐 통영까지 이어지는 한려수도는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복잡하다. 남해 역시 바다와 산이 맞닿아 있을 만큼 표고차가 크고, 만(灣)이 세 개나 있는 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한다. 위에서 굽어보면 물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승천하는 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그 위세가 자못 웅장하다. 남해에서는 어느 산에 올라도 빼어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 인간의 공력이 더해진 절경

 남해는 국내의 섬 가운데 산이 가장 많고, 하천은 짧은 고장이다. 먹고살려면 비탈진 땅을 평평하게 닦아 작물을 심어야 했다. 선인들의 땀과 노력이 밴 남해의 다랑논 가운데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보기에는 좋으나 살기에는 힘든 지역이 있다. 입구에 서면 바다를 배경으로 100개가 넘는 다랑논이 펼쳐져 있어 감탄사가 터지지만, 경사가 심해 걸을 때마다 숨이 차오르는 가천 다랭이마을이 그러하다. 쌀과 마늘 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대다수가 토박이다. 그래서 인정이 넘치고, 소와 쟁기가 필수인 과거의 농경 방식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마을의 주인공인 다랑논은 면적이 제각각이다. 가장 작은 밭은 1m2에 불과하고, 큰 밭이라고 해도 100m2를 거의 넘지 않는다. 형태도 길쭉한 막대기, 부메랑, 찌그러진 사각형 등 저마다 다르다. 마구잡이로 오려 놓은 퍼즐 조각을 연상시킨다.


가천 다랭이마을에서는 매우 작은 크기의 논인 삿갓배미 찾기, 농사일 돕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짚공예품 만들기 등의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지붕에는 알록달록한 꽃이나 유자, 마늘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고, 담벼락은 마을의 일상을 묘사한 각종 벽화로 장식돼 있다. 허름하지만 풍광이 일품인 식당에서는 남해 특산물인 유자의 향기가 나는 막걸리와 해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파전을 먹어볼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고 바닷가로 내려가면 짝을 이루고 있는 한 쌍의 바위가 있다. 기도를 하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암수바위’다.


가천 다랭이마을의 독특한 풍속은 풍작을 기원하며 쌓아 올린 돌무더기인 밥무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남녘에서 만나는 독일과 미국

 기후가 온화한 남해에는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에 이국적이고 화사한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독일 소도시의 예쁜 거리와 미국 남부의 한적한 시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독일마을’과 ‘미국마을’이다.


 새하얀 외벽과 다홍빛 기와지붕의 이층집, 아담한 마당에 피어 있는 꽃과 곳곳에 설치된 작은 우체통이 영락없는 독일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독일식 가옥 30채 정도가 모여 있는 독일마을은 교포들의 정착지로 마련됐다. 한반도의 자연과 독일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는 196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로 건너가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재미있게도 집마다 괴테, 베토벤, 구텐베르크, 하이델베르크, 함부르크 같은 독일 인물이나 도시의 명칭이 붙어 있다.


 독일마을에는 민박으로 운영되는 집이 적지 않다. 전망 좋은 방에서 하룻밤 묵으며 솜씨 좋은 주인이 만든 독일식 빵과 소시지뿐만 아니라 독일 맥주와 와인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또 뮌헨에서 옥토버페스트가 절정으로 치닫는 10월 초순에 마을을 방문하면 맥주 빨리 마시기와 무료 시음회, 민속 공연 등이 열리는 ‘맥주축제’에 참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완공된 미국마을 역시 미국에 거주하던 교포들의 거처로 조성됐다. 뉴욕의 상징물인 ‘자유의 여신상’ 축소 모형 뒤로 22채가 건축됐는데, 독일마을보다는 뚜렷한 특색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여기 저기 살피다 보면 미국 각지에서 가져온 간판이나 깔끔하게 정돈된 넓은 정원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도 주택 가운데 상당수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나 카페로 쓰이고 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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