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에서 유럽의 한인 학생들이 모여 우리말 웅변 솜씨를 겨뤘다. 11월 10일(현지시간) 클라리온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유럽 한인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중·고등부에 출전한 독일의 김영일(16·여) 양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김 양은 어려운 이민 생활 속에서 자식들을 위해 분발하고 애쓰는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 청중의 눈시울을 적셔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과 장학금 1천500유로(225만 원)를 받았다.
스페인의 고진석(17·중고등부), 아일랜드의 이한아(9·초등부), 영국의 힙스 유안(12·다문화부)은 부문별 최우수상에 뽑혔다.
차세대에 한글 자부심 심는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경근)의 후원을 받아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박종범)가 주최하고 체코한인회(회장 정인재)가 주관한 이 대회에는 유럽 17개국 49명의 한인 차세대가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를 비롯해 한국 전통의 우수성, 자랑스러운 한국·한국인, 동포 2세 및 다문화 가정의 한글과 한국 문화교육의 필요성, 유럽 한인 차세대로서 우리가 가야 할 길 등을 주제로 실력을 겨뤘다.
대회장에는 참가자와 부모, 각국 전·현직 한인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잔치 분위기 속에 대회가 진행됐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1만5천 유로(한화 2천250만 원)의 상금과 디지털 카메라, 시계, 디지털 앨범, 확대경 스탠드 등 푸짐한 상품이 전달됐다.
정인재 회장은 “유럽의 차세대들은 현지 학생과 현지어로 경쟁하면서 우리말도 함께 배워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웅변대회가 한글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해 기쁘다”고 뿌듯해했다.
박종범 회장도 “이 대회가 유럽에서 자라나는 한인 꿈나무들을 위해 올바른 우리말 교육과 한국문화를 보급·확산하는 자리로 정착하고 있다”면서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져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참가국과 참여자가 늘어 고무적”이라고 좋아했다.
올해 대회는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재단, 주체코 한국대사관, 대한축구협회, 공주대, 한국외대, 전남대, 한양대, 이화여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조선대, 하나은행, 광주은행, 영산그룹, 재외동포신문, 월드코리안신문 등이 후원했다.
‘강남 스타일’ 최대 수혜자는 재외동포
웅변 통해 꿈과 고민 토로
학생들은 웅변을 통해 자신들의 꿈과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대상을 차지한 독일의 김영일 양은 이민자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 애쓰는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해 청중의 눈시울을 적셨다.
폴란드에서 온 권혜린 양은 “현지 말과 영어도 배워야 하고 토요일에는 한글학교도 다녀야 하니 너무 힘들었지만 부모님께서 정체성을 심어주려고 한국에서 2년을 지내게 한 덕분에 한국을 친숙하게 느끼게 됐다”며 “한국을 잘 모르는 동포 친구들은 평소에도 폴란드어나 영어를 쓰고 있어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다문화부 최우수상에 뽑힌 영국의 힙스 유안 군은 “토요일마다 한글학교라는 ‘작은 한국’에 속해 있는 게 날 포근하게 만든다”면서 “영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덕분에 세상을 보는 두 개의 앵글을 갖게 돼 감사하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전·현직 한인회장들은 얼굴빛과 생김새가 달라 현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이야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타까워하다가도 스스로 잘 견뎌내고 씩씩하게 사는 유럽 한인 차세대들을 보며 힘찬 박수로 격려했다.
정인재 체코 한인회장은 “‘강남스타일’ 노래의 최대 수혜자는 싸이 자신보다 외국에 사는 한인 차세대들”이라며 “대회가 열린 호텔 직원들도 한국인임을 알아보고는 인사처럼 말춤을 추는 것을 보면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웅변대회를 주관한 박종범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한인 차세대들이 자신의 고민과 꿈을 맘껏 밝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오히려 1세대들이 배우는 시간이 됐다”면서 “유럽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잔치로 웅변대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라하 연합뉴스 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