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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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소식

 

나의 살던 고향

정선

단풍에 가슴 물들고 억새에 가슴 흔들리며…

정선 민둥산은 억새가 장관이다. 10월부터 억새꽃이 피어나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어 억새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정상부를 뒤덮은 억새는 오랫동안 같이 연습해 동작을 맞춘 무용수처럼, 추풍이 불 때마다 일제히 춤을 춘다.


가을의 또 다른 전령사인 단풍은 억새보다 화려하다. 새빨간 단풍나무와 샛노란 은행나무는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적이 워낙 드물고 수목이 많은 정선에서는 단풍이 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함백산 기슭에 자리한 정암사(淨巖寺)는 그중 으뜸으로 꼽힌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정암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가람 배치가 독특하고 볼거리가 다채로운 사찰이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수마노탑에 오르는 길은 호젓하면서도 평화롭다.


 추억을 쌓고 이야기를 간직하다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접점이자 배가 정박해 있는 나루터다. 여량면에 속해 있는 이곳은 구슬프고 애처로운 후렴구가 심금을 울리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민요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살던 처녀와 총각이 건너편에 있는 연인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여량면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는 7.2km의 선로는 정선선의 마지막 구간이다.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개설된 철길에는 한때 화물열차와 통근열차가 활발히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석탄 소비와 인구가 줄어들면서 구절리역까지 운행되는 기차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선 사람들의 애환과 삶이 녹아 있는 구절리역은 기차역으로서의 효용은 상실했지만,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명소로 거듭났다. 철로 주위의 정경이 워낙 수려해서 주말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산자수명한 자연과 고요한 마을을 고루 통과하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섞여 있어 40분 동안 지루할 겨를이 없다.


 정선아리랑의 처녀 동상이 세워져 있는 아우라지는 풍광이 크게 바뀌었다. 뗏목이나 섶다리가 없으면 강을 건너지 못했던 옛날과는 달리,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튼튼한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절경을 발아래 마주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긴 산줄기는 정선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정선은 지세가 높고 험준해 농경이 어렵고 교통이 불편하지만, 풍경은 시원스럽고 장쾌하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전망대에 서면 겹겹이 솟아 있는 산봉우리에 감탄사가 터진다.


 정선에는 해발 1천m가 넘는 산과 그 사이로 난 고갯길인 재가 많다. 함백역 남쪽, 두위봉과 예미산의 중간에 자리한 새비재도 그중 한 곳이다. 여름이면 고랭지배추가 줄지어 심어져 대지가 온통 초록빛으로 변하는 새비재를 오르다 보면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남녀 주인공이 훗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다. 2011년 6월 소나무 주변은 영화처럼 타임캡슐을 보관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됐다.


 5일장에서 강원도 특유의 정서를 경험하다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한 정선읍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릴 때가 있다. 정선은 물론 인근 지역의 상인들이 몰려오는 장날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관광 열차가 운행될 만큼 인기가 높은 정선 5일장에서는 옥수수와 산나물 같은 특산물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항구의 시장이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하듯, 산간 지방의 장에 가면 나물과 약초가 눈에 띈다. 평지라고는 거의 없는 정선에서 5일장의 대표 상품은 곤드레나물과 곰취, 황기와 더덕, 고사리와 헛개나무 등이다. 가을이 다가오면 말린 고추와 버섯, 각종 채소도 등장한다. 시골 장이지만 안심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원산지가 분명히 표기돼 있고, 상점마다 가격의 편차가 크지 않다. 손수 재배하고 채취한 작물을 파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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