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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학

 

동포문학

알래스카

자유가 끊임없이 내리는 핸들 앞에
ALASKA 번호판이 끼어든다
오래전, 군용비행기에 실려 잠시 날개 접었던 곳
군 기지 휴게실 창밖으로 보이는 랭겔 산맥의 눈은
트랩이 닿지 않는 하늘처럼 하얗고 높았다
백인과 피가 섞인 여름에 잡은 물고기를
호호 불며 이글루 속에서 동면하는
알류트족의 ‘섬’이 아닌 ‘땅’
지루했던 십대의 방황처럼
지도 위에 없는 낯선 도시, 낯선 활주로를 달린다
알래스칸이 모는 알래스카를 따라간다
언젠가는 사라질 베링 육교를 타고 시베리아로 달린다
꿈처럼 낮아지고 또 낮아진 해수면 위로
매머드를 좇는 홍적세의 인간처럼
다져진 새 땅을 밟고 아메리카로 걸어 온
나는 빙하의 생물
빙하빙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웅대한 기억의 크루즈는
초저공비행도 가능하지, 우회 항행도 가능하지
제트 엔진이 읽어내는 기억의 데이터는 끝이 없어
작은 섬 버리고 큰 섬으로 온 뜨거운 정수리를 이고
예감 없이 차선을 바꿔버린 나는 저체온증의 알래스칸
질주하는 기억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 에스키모를
따라가기엔 한 발 늦었다
늘 놓쳐버리고서야 뒤돌아보던, 그 눈부시게 시린 것들
초음파 심도계 같은 오른발이 누르는 가속 페달로
기억의 간선도로 위
교통량이 적설량처럼 부쩍 느는 시간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순백을 품고 누워
나는 한동안 백야로 접어들겠다

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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