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3월호
특집/기획
화제
인물/역사
칼럼/문학
고국소식
재단소식
목록보기

고국소식

 

나의 살던 고향

진해 군항제

 한반도의 봄은 남쪽 바다에서 시작된다. 남해안으로 올라온 봄기운은 동백나무에 붉은 꽃망울을 틔운 후 산수유 가지를 노랗게 물들인다. 이후 맹렬한 기세로 타올라 봄이 턱밑까지 차오른 순간에 벚꽃을 개화시킨다. 진해의 벚꽃은 남해의 봄기운이 극적으로 발현되는 시점에 만개한다.

 진해의 왕벚나무는 일제가 군항을 건설하면서 도시 미관용으로 심었다. 하지만 해방 후 진해 시민들은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로 벚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자취를 감춘 벚나무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왕벚나무 원산지가 제주도로 밝혀지면서 세계 제1의 벚꽃도시로 가꾸자는 캠페인이 시작된다. 진해 곳곳에 다시 왕벚나무가 식재돼 현재 수십 만 그루에 이른다. 왕벚나무는 벚나무 중 으뜸인 수종으로 다른 종보다 꽃이 탐스럽고 그 양이 많다.

 군항제는 왕벚나무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 맞춰 열린다. 화양연화는 ‘생애의 꽃이 피는 날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말한다. 응축된 생명력으로 꽃의 빛깔과 향기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군항제의 개막일은 매년 다르다.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제전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군항제 주관처인 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회는 매년 심혈을 쏟아 붓는다.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의 기상예보와 개화기 발표에 온 촉각을 기울인다. 지난해에도 본격적인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져 벚꽃 없이 개막식이 치러졌다.

바다가 갈라지는 곳, 사도 섬 7개가 ‘ㄷ’자로 형성된 곳으로 정월 대보름 전후로 본도, 추도, 중도, 증도,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가 연결되는 장관이 연출된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날 풍어를 기원하는 영신제가 열린다.


 올해 군항제는 4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하지만 진해 벚꽃을 제대로 향유하고 싶다면 군항제 기간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진해에서 벚꽃 명소를 찾는 일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안민고개, 제황산공원, 여좌천, 장복산, 해군사관학교, 경화역처럼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어디나 일품의 풍경을 선사한다. 길이 나있는 곳은 거개가 새하얀 벚꽃터널을 이룬다. 진해시와 해군은 해마다 더 멋진 벚꽃길을 조성하기 위해 노령의 벚나무를 정비한다. 벚나무 상태를 진단해 자연 고사한 것을 캐내고 그 자리에 다시 수령 15년 안팎의 벚나무를 심는다.

 진해는 경남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시(市)다. 그나마 절반 정도가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이다. 군사시설 보호에 따른 관련 법령으로 인해 개발이 제한적이다. 반면 온화한 해양기후와 100km가 넘는 해안선, 청정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은 진해의 강점으로 꼽힌다.

 진해를 찾아가면 겨우내 움츠리고 메말랐던 마음이 회복됨을 느낄 수 있다. 벚꽃 만개한 거리에 서면 누구나 알게 된다. 봄은 참 좋은 계절임을.

퀵메뉴
  • 목차보기
  • 퍼가기
  • 인쇄하기
  • 탑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