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교 이벤트’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3월 26~27일 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53개 국가의 정상 또는 정상급 수석대표와 4대 국제기구인 유럽연합(EU)·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인터폴의 수장 등 58명이 참석했다. 정상회의 참가 53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80%, 전세계 GDP의 약 90%를 대표하고 있어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는 명실 공히 세계 최고위 안보 포럼으로 평가받았다.
핵터러 방지를 통해 세계 60억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이번 회의에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테프 러시아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전세계 주요 국가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야욕도 견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공식 일정 기간인 지난 26~27일 의장으로서 핵 물질 감축을 위한 합의에 주력했고, 앞서 24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양자회담 일정을 통해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무력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워싱턴 코뮈니케의 핵 감축 합의가 비로소 서울 코뮈니케를 통해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특히 내년 말까지 각국이 고농축우라늄(HEU)의 이용을 최소화하는 계획을 자발적으로 내놓고 핵안보 관련 국제협약에 가입하게 한 합의와 2014년까지 개정 핵물질 방호협약을 발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대목은 이른바 ‘핵테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행동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미국, 벨기에, 프랑스 등 3개국과 공동으로 HEU 연료를 저농축우라늄 (LEU) 연료로 전환하는 협력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선도적 역할’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대목이라고 한다.
이처럼 G20정상회의에 이어 안보 분야의 프리미엄 포럼인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게 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핵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릴레이 양자 정상회담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저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 체제 구축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24~28일 진행된 연쇄 회담에서 무려 22개 국가·국제기구의 정상급 인사 23명을 직접 만나 대북 포위 전선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북한 지도부를 비판한 대목은 의미가 크다.
북한으로선 혈맹인 중국과 과거 사회주의 동맹의 ‘맹주’였던 러시아가 한목소리로 민생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한 점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도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만큼 발사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들 역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고무적이다.